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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 카페] “나는 생의 정지 버튼을 누를 권리가 있다”
‘존엄하게 죽을 권리’는 우리 시대 논쟁거리 중 하나다. 현재 엄격한 기준에 따라 연명의료중단이 가능해진 가운데 몇몇 나라는 종교계의 반발에도 안락사까지 허용하고 있다.

그리스의 언론인이자 작가인 알렉산드로스 벨리오스는 2015년 9월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극한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1년 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리스 언론은 이를 ‘비조력 안락사’로 표현했다.

그가 세상을 뜨기 3개월 전 출간한 ‘나의 죽음은 나의 것’(바다출판사)은 암이 온몸으로 전이돼 치료가 무의미한 상태에서 통증완화제에 의지해 쓴 최후의 기록이다. 그는 남은 생애 3개월 동안 의료계, 법조계, 정치인, 종교인 등을 찾아다니며 정당한 안락사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가 원한 건 ‘의사조력죽음’ 곧 안락사였다. 죽을 권리 대신 안락사란 표현을 쓴 데 대해 그는 사회적, 이념적 무게를 회피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안락사는 그가 평소 강조해온 개인의 자유의지를 행사할 인간의 기본 권리였다. 그는 무엇보다 의식이 명료하지 않은 상태에서 병상에 누워 참담한 모습으로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보여지길 원치 않았다. 그는 안락사의 사회적 의미를 이성적으로 짚어나가지만, 한편으론 미칠듯한 생에 대한 갈망의 순간을 낱낱이 보여준다. 맹렬한 분노에서 더 이상 가질 수 없는 찬란했던 시절에 대한 향수로, 그리고 시간을 허망하게 흘려보낸 데 대한 통렬한 회오로 요동치는 마음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그럼에도 이내 평정을 되찾고 죽음에 저항하는 일상을 지켜나간다. 특히 글쓰기는 죽음이 침범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종의 주문이었다. 그래도 죽음의 현실은 수시로 밀고 들어왔다. “얼마 후 이 교통정체와, 이 시끌벅적함과, 이 삶에 나는 더 이상 속하지 않게 될 거라는 사실에 목이 메어와 숨을 쉴 수가 없다”고 그는 고백한다.

책은 끝까지 자유인이길 소망한 그의 죽음에 맞선 투쟁을 짧지만 강렬하게 보여준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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