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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들쭉날쭉’ 음주자 처벌…“범죄자 주취 판단 기준 확립해야”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음주와 양형’을 주제로 대법원 양형연구회ㆍ한국형사정책연구원 공동 학술대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취범죄’ 강간→감형, 강제추행→가중처벌
-음주운전 처벌, 단독판사 가치관 따라 편차도

[헤럴드경제=유은수 기자] 주취자가 벌인 성범죄라도 범죄 유형에 따라 ‘술에 취했다’는 사실이 감형요인이 되거나 거꾸로 가중요인이 돼 일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 감경 필요성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법원의 구체적 판단 기준부터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산하 양형연구회와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19일 ‘음주와 양형’ 학술대회를 열었다. 김두얼 명지대 교수는 “강간은 피고인의 음주가 형량을 낮추는 반면 강제추행은 형량을 높이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2007년 9월과 2017년 9월의 성범죄 1심 판결문을 분석했다. 강간 사건의 절반 이상이 음주 이후 발생했는데, 2017년 강간 사건에서 피고인이 술을 마신 경우 평균 형량은 징역 32개월, 그렇지 않은 경우는 41개월이었다. 반면 반면 2017년 음주 강제추행 사건의 평균 형량은 징역 15개월, 비음주의 경우 14개월 가량이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재판부마다 들쭉날쭉한 음주, 약물 등에 의한 심신미약 감경의 판단 기준과 조사 방법을 구체적으로 확립해야 한다는 제안이 잇따랐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인 최형표 부장판사는 “알코올로 인한 약물중독을 비롯해 당사자의 심신장애 주장에 관해 표준화된 심리모델이 없다 보니 재판부마다 심신장애 판단이 달라질 우려가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독일의 경우 피고인의 혈중 알코올 농도가 0.2% 이상이면 심신미약으로, 0.3% 이상이면 심신상실로 인정하고 있다. 다만 알코올중독이 아닌 일시적인 음주의 경우 범행 후 시간이 지나면 심신미약 여부를 증명하기 어려운 문제도 있다. 그는 법원조사관이 직접 피고인의 알코올병력 등을 조사하고 공판절차에서 피고인의 정신감정을 실시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故) 윤창호 씨 사건으로 공분이 일어난 음주운전 사고의 경우에도 법원의 판단 기준이 미비한 실정이다. 음주ㆍ무면허운전은 대부분 약식명령을 통해 벌금형이 선고되는데, 동종 전과가 많거나 죄질이 불량하면 정식 재판을 통해 단독판사가 사건을 처리한다. 최 부장판사는 “아직 양형기준이 별도로 설정돼있지 않아 단독판사의 가치관, 업무처리 관행 등에 따라 양형의 편차가 존재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음주운전은 주취에 따른 감경은 적용되지 않는다. 그는 “반복적 음주운전 행위에 대해 징역형과 벌금형을 선택하는 객관적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 범죄자가 스스로 술이나 약물에 취한 경우를 주취감경에서 제외할 것인지에 관한 기준도 모호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한균 형사정책연구원 형사법제연구실장은 “양형위원회는 ‘본인 책임 있는 심신미약’을 알코올, 약물 등을 복용해 심신미약을 야기한 경우로 정의하는데 그 기준은 제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야기한 심신미약이나 주취 상태는 양형에서 고려하지 않거나, 심신미약 상태로 잔혹한 범행을 했을 경우엔 가중 요소로 도입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ye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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