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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년’과 ‘2015년’ 삼바 관계사 회계는 왜 달라야 할까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김학수 증선위 상임위원.[사진=연합뉴스 제공]

- 2012년부터 관계회사였다면 ‘장부가치(원가)’로만 평가
- IFRS는 ‘기업 지배력 획득’을 큰 사건으로 봐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금융당국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의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에 대한 관계회사 변경을 ‘고의 분식’으로 판명한 가운데, 이 변경 효과에 대한 투자자들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012년부터 삼성바이오가 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취급했어야 한다”며 “2015년에 관계회사로 전환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일부 투자자들은 “2012년부터 에피스가 삼성바이오의 관계회사로 취급됐어야 한다면, 실제로 에피스를 2015년에 관계회사로 전환한 것은 ‘처음 잘못됐던 회계처리(종속회사로 취급)를 올바른 방향(관계회사로 취급)으로 교정한 것’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한다.

그러나 “그렇게 볼 수 없다”는 게 금융당국의 대답이다. 당국은 ‘2012년부터 계속 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취급하는 것’과 ‘에피스를 처음에 종속회사로 취급하다가 2015년에 관계회사로 전환한 것’을 아예 다른 상황으로 판단했다. 2015년에 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전환한 것을 두고, ‘공정가치를 활용한 고의 분식회계’로 본 것이다. 만일 2012년부터 계속 삼성바이오가 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취급했다면 ‘공정가치’가 아닌 ‘장부가치’로만 에피스의 지분 가치를 판단했어야 한다는 게 당국의 논리이다.

회계 업계에선 ‘공정가치’와 ‘장부가치’는 서로 의미가 확연히 다른 회계처리라고 설명한다. ‘공정가치’란 쉽게 말해서 사람들의 거래를 통해 형성될 수 있는 가격을 뜻한다. ‘장부가치’란 장부에 적힌 가격, 즉 회계 결산 보고서에 적힌 가치를 뜻한다. 사과 한 개가 장부에는 100원이라고 적혀 있어도, 이 사과가 시장에서 매매시 인기가 높으면 거래가격은 800원으로 뛸 수도 있다. 여기서 100원이 장부가치라면, 800원이 공정가치이다. 이런 특징 때문에 공정가치는 지분을 ‘매매’할 때 가격으로 주로 거론되고, 장부가치는 지분을 ‘보유’할 때 쓰는 평가가격으로 얘기된다.

2012년부터 계속 에피스를 삼성바이오의 관계회사로 취급할 때 ‘공정가치’를 전혀 적용할 수 없는 이유는, IFRS 때문이다. IFRS에서는 “어떤 회사가 다른 회사를 ▷새로운 종속기업으로 삼거나(지배력을 획득하거나) ▷기존의 종속기업을 종속기업이 아닌 상태로 만드는 경우(지배력을 상실하는 경우)”에 공정가치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해놨다. 에피스를 2012년부터 계속 관계회사로 취급했다면 공정가치를 적용할 일이 없다. 그러나 에피스를 2012~2014년까지 종속회사로 두다가 2015년에 관계회사로 바꾸게 되면, 이는 ‘기존의 종속기업을 종속기업이 아닌 상태로 만드는 것(지배력을 상실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IFRS 규정상 에피스에 대한 공정가치 적용이 실제로 가능해진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FRS는 ‘지배력 획득’ 자체를 큰 사건으로 생각한다”며 “동일한 회사라도 ‘지배력이 획득된 회사’에 대한 지분거래는 다르게 처리해야 한다는 시각이 깔려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100원 가치 회사 A의 지분 중 10원(지분율 10%)만큼을 회사 B가 보유했다고 하자. 그리고 회사 B가 회사 A의 지분 60원 만큼을 보유하면, A를 종속기업(지배력 획득)으로 만들 수 있다고 가정하자. 이때 IFRS 해석에 따르면, B가 60원만큼 지분을 사서 A를 종속기업으로 만들면 ‘기존 10원에 50원을 더 얹혀서 사는 것’이 아니라 ‘기존 지분 10원을 팔고 60원 만큼 새로 지분을 사는 것’으로 본다. 이렇듯 일종의 매매로 보기 때문에, 그 지배력이 획득될 때의 매매가격, 즉 ‘공정가치’가 논의돼야 한다는 시각이다.

에피스 기업가치를 ‘공정가치’로 평가할 수 있게 되면서, ‘에피스 기업가치 적정성 논란’은 뜨겁게 타올랐다. 시장이 있을 경우에는 매매 가격을 ‘공정가치’로 하면 되지만, 비상장사인 에피스 지분처럼 사고파는 게 활발한 시장이 없는 경우엔 매매 가치를 ‘추정’할 수밖에 없다. 추정을 하다보니, 에피스의 ‘적절한 공정가치에 대한 평가’가 엇갈릴 수밖에 없었다. 공정가치로 전환되면서 회계법인으로부터 평가받은 2015년 에피스의 기업가치는 기존 2905억원에서 4조8806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에피스의 지분을 대거 보유한 삼성바이오 역시 자본(자기 돈)과 순이익의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 삼성바이오는 2011년 설립 이후 4년 연속 적자를 보던 기업에서 단숨에 1조9000억원이 넘는 흑자회사로 바뀌었다. 2015년에는 시가총액 6000억원, 자본 2000억원 이상 조건을 충족하면 ’대형 성장 유망기업‘으로 상장할 수 있도록 규정이 새로이 만들어지면서, 삼성바이오는 2016년 11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다.

만일 금융당국이 바람직하다고 본대로 에피스가 2012년부터 지속적으로 삼성바이오의 관계회사였다면, 공정가치가 아닌 ‘장부가치’로 기업가치가 산출된다. 이 경우 바이오젠과 얽힌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 부채가 손실로 잡히면서, 삼성바이오 역시 2015년 자본잠식과 당기순손실이 나타날 수 있었다는 게 일각에서 제기된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금융당국의 판단이 법원에서 뒤집힐 수도 있다”며 “삼성바이오와 관련해, ‘관계회사 전환’에 대한 질의회신은 있었으나, ‘공정가치 평가로 인한 지분가치 급증’과 관련된 질의회신이 있지 않았다는 점 등이 두루 고려돼 IFRS 적용 방식이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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