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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위기가 키운 ‘킹달러’..외인 자금 또 빠져나가나
- 달러 강세 유지 에 코스피서 외국인 나흘만에 순매도세 전환
- 이탈리아 예산안 갈등 증폭, 브렉시트 해결 지연이 ‘강달러’ 원인
- 내년 유럽의회 선거 등 복병 산적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이탈리아 예산안 갈등과 브렉시트 협상 진통으로 유로존 경제가 불확실성의 파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유로화 대비 달러 가치가 치솟자 국내 증시에선 또다시 외국인 투자자금이 이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3일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3036억원 순매도를 기록하며 나흘만에 매도 우위로 돌아섰다. 하루 3000억원대의 순매도 규모는 지수가 급락세를 이어가던 지난달 말과 유사한 수준이다.

신은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제 둔화 우려속에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국제 유가 하락세 등 대외 악재가 겹치자 외국인이 매도세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지난 12일 6개국 통화 대비 미 달러 가치를 지수화한 달러 인덱스는 장중 97.6까지 치솟았다. 이는 17개월 만에 최고치다. 달러 인덱스가 급격히 상승한 것은 브렉시트 협상 진통과 이탈리아 확대 예산안을 둘러싼 갈등이 촉발되면서 유로화의 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달러 인덱스 내 유로화의 비중은 57.6%에 달한다. 발렌틴 마리노프 크레디트아그리콜 통화투자전략 책임자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금리인상 기조를 재확인한데 이어 유로존 위기가 진화되지 않으면서 킹달러(달러 강세장)가 귀환했다”고 평가했다.

이달 들어 유로존 위기는 극적인 변곡점을 맞고 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지난 1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정부는 내년 예산안 수정을 거부하고 국내총생산(GDP)의 2.4%에 해당하는 재정적자를 포함한 기존 예산안을 고수하기로 했다. 이탈리아는 이날까지 새로운 안을 제출하라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요구를 거부했다. 앞서 EU 집행위는 이탈리아의 공공 부채가 GDP의 130%를 넘어서 유로존에서 그리스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고 경고한 바 있다. EU는 회원국에 공공 채무 규모가 GDP 60%를 넘지 않도록 권고 하고 있다.

이탈리아가 끝내 EU 집행위의 요구를 거부할 경우 EU는 오는 21일 까지 법적조치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GDP의 0.2%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지원금을 삭감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탈리아가 확대재정을 통한 부양정책을 강행할 경우 높은 국채 금리에 취약해 지고 결국 경기 침체에 들어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브렉시트(Brexit) 위기는 영국과 EU측이 협상 초안을 마련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진전의 실마리가 보이는 분위기다. 영국 총리실은 성명을 통해 “테리사 메이 총리가 EU탈퇴 협정 초안을 논의하기 위해 특별 내각 회의를 소집했다”고 전했다. 북아일랜드의 EU 잔류 여부를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면서 협상 없는 유럽연합 탈퇴를 의미하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 가능성까지 제기된 것과 비교하면 큰 진전이다. 초안에 따르면 영국은 북아일랜드를 브렉시트 이후에도 EU관세동맹 안에 남겨두기로 양보했다.

문제는 국내 비준 과정이다. 영국 정부는 당분간 영국 전체가 EU 관세 동맹에 잔류하는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영국 내각 내 일부 강경파들이 이에 반대하고 있다. 하드 브렉시트(즉각적인 EU탈퇴)를 주장해 온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은 “이 거래는 EU에 종속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난민 문제로 발호하고 있는 극우 포퓰리스트 움직임이 유럽 의회를 장악할 경우 유럽 경제가 더욱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는 “종종 유럽의회 선거는 유럽 전체 유권자의 감정보다는 국내 정치의 방향을 드러내는 자리로 작용해 왔다”며 “유럽 각국에서 힘을 얻고 있는 민족주의 집단이 내년 5월치러질 선거를 통해 유럽의회를 장악한다면 브렉시트는 해프닝 수준으로 보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치적 위기가 고조되면서 유럽 경제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이는 다시 달러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최근 발표된 유로존 경제전망지수(ZEW)는 -22.0을 기록해 지난 상반기 -19.4보다 악화됐다. 이 수치가 0 미만일 경우 향후 6개월 간 경기가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유로존 위기와 뮬러 특검 등 불안감이 시장에 남아 있는 만큼 강달러는 오랜 시간 지속되고 이는 바닥권을 찾고 있는 증시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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