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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 상하이 아트위크③] 비엔날레부터 거장 개인전까지…상하이, 미술로 물들다
11월 상하이는 예술로 물든다. 웨스트번드아트페어가 성료한 뒤에도 주요미술관에서 현대미술거장들의 전시가 이어진다. 루이스 브루주아, 신디 셔먼, 카타리나 그로세, 프란시스 알리스 등 거물급 작가들의 개인전이다. 사진은 롱 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루이스 브루주아 전시 전경.

루이스 부르주아ㆍ신디 셔먼ㆍ카타리나 그로세 등
현대미술 거장 개인전 잇달아
검열 탓 상대적으로 ‘얌전한’ 비엔날레
현대 사회 비판 주제의식은 그대로

[헤럴드경제(상하이)=이한빛 기자] 11월 상하이는 미술로 물든다. 시작 5년만에 아트바젤 홍콩을 넘보는 웨스트번드아트페어는 지난 11일 성료했지만 주요 미술관에서는 루이스 브루주아를 비롯 세기의 거장으로 꼽히는 작가들 전시가 내년 초까지 이어진다. 대부분 중국에서 첫 개인전이라는 것도 주요 포인트다. 올해는 특히 상하이비엔날레까지 열려 정치사회적 현상에 목소리를 내는 작품까지 만나볼 수 있다. 주요 전시를 다 돌아보려면 꼬박 3일은 잡아야한다. 

루이스 브르주아, 셀 시리즈. 롱 뮤지엄.

▶웨스트번드에서 만나는 루이스 브루주아=프랑스 출신의 미국 추상표현주의 조각가 루이스 브루주아의 대규모 회고전이 롱뮤지엄(Long Museum) 웨스트번드관에서 열린다. ‘더 이터널 쓰레드(The Eternal Thread)’를 주제로 하는 전시엔 1940년대 조각과 1990년대 셀(cell) 설치작업, 말년의 섬유작업 등 작가의 전체 커리어의 주요작품을 총망라했다. 연인간의 사랑, 엄마와 아이의 사랑 등 ‘사랑’을 작가 특유의 섬세함으로 그려냈다. 한 명의 인간이자 ‘여성’으로 살아가고자 했던 여리고도 강한 자아가 작품 곳곳에 스며있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작가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대형 거미조각이 관객을 압도한다.

도날드 저드의 작품을 위트있게 재현한 멕시코 작가 호세 다빌라의 작품. 유즈 뮤지엄 ‘The Artist is Present’전 전경
빔 델보예의 클로아카. 유즈 뮤지엄 ‘The Artist is Present’전

롱뮤지엄과 차량으로 5분 가량 떨어진 유즈뮤지엄(Yuz Museum)에서는 이탈리아 작가 겸 큐레이터인 마우리치오 카텔란이 기획한 ‘디 아티스트 이즈 프레젠트(The Artist is Present)’전이 열린다. 명품 브랜드 구찌가 스폰서한 전시로 ‘카피(copy)’를 주제로 한다. 포스터부터 패러디다. ‘The Artist is Present’는 2010년 마리나 아브라모비치가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벌인 퍼포먼스 제목이다. 37명(팀)의 작가가 현대미술에서 가장 신성시 되는 원칙인 독창성과 의도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멕시코 작가 호세 다빌라는 도널드 저드의 가운데가 빈 직육면체 가구를 종이박스로 재현하는 등 가짜, 표절, 모방, 패러디, 오마주, 미니어처, 쌍둥이, 닮은꼴, 흉내내기로 변주된다. 별관에선 레인룸(Rain Room) 전시도 진행중이다. LA카운티미술관에서 선보이며 유명세를 탄 전시로, 아티스트그룹 랜덤 인터내셔널의 작품이다. 폭우가 쏟아지는 전시장을 걸어도 젖지 않고 빗속을 체험할 수 있다. 3D스캔과 카메라 등 첨단기술과 예술이 만나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

웨스트번드에 자리잡은 갤러리들의 전시도 미술관급이다. 아라리오 갤러리는 인도작가 날리니 말라니의 개인전 ‘캔 유 히어 미?(Can You Hear Me?)’를 개최한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여성작가로 거론되는 그는 회화, 벽화, 비디오 설치, 그림자극 등 다양한 장르의 작업을 해왔다. 초창기 감광지만을 활용한 사진작업부터 최근 컴퓨터그래픽을 활용한 영상작업까지 만날 수 있다. 

카타리나 그로세의 첫 중국전 ‘Mulbling Mud’. 치(chi) K11 아트 뮤지엄

▶도심 미술관도 거장들 개인전=신티앤디(新天地)와 와이탄(外灘) 등 상하이 도심에서도 현대미술 거장들의 개인전이 이어진다. 고급 쇼핑몰 K11 지하에 위치한 ‘치(chi) K11 아트 뮤지엄’은 캐나다 작가인 카타리나 그로세의 첫 중국전 ‘멈블링 머드(Mulbling Mud)’를 개최한다. 작가는 전시장 전체에 캔버스 천을 깔고 스프레이로 추상적 작업을 완성, 회화의 본질에 대해 묻는다. 원래 미술관으로 지어진 공간이 아니라 낮은 층고가 안타깝긴 하지만, 작가가 창조한 ‘색의 나라’에 빠져드는 경험이 생생하다. 

프란시스 알리스의 ‘La depense’전 전경. 록번드 아트 뮤지엄
프란시스 알리스의 ‘La depense’전 전경. 록번드 아트 뮤지엄

와이탄에 위치한 록번드 아트 뮤지엄(Rockbund ART Museum)에서는 벨기에 작가인 프란시스 알리스의 ‘라 데파스(La depenseㆍ소비)’전이 진행중이다. 토네이도의 안과 밖을 촬영한 영상물 ‘토네이도’를 비롯, 신작 회화시리즈인 ‘네이 몽골(Nei Mongol)’이 나왔다. 기획을 맡은 요코 하세가와는 “급격한 체제변화와 기술의 효율성을 맞닥뜨린 중국사회에 알리스의 작업은 많은 노동이 들어가는 수작업, 시간을 소비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포선재단(Fosun Foundation)에서는 신디 셔먼의 개인전이 열린다. 신작 9점을 비롯 사진 128점과 촬영소품, 그리고 작가 생애 전반을 소개하는 아카이브가 나왔다. 1970년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40여년간의 작업세계를 탐구한다.

갤러리에서도 현대미술 빅스타들의 전시가 이어진다. 무라카미 다카시(페로탕갤러리)와 쿠사마 야요이(오타 파인 아츠 상하이)의 주요작품도 만날 수 있다. 

제 12회 상하이비엔날레 전시전경. 주제인 프로리그레스(Proregress)를 ‘전진일보 후퇴양보(前进一步 后退兩步)’로 제시했다.

▶조금은 심심한 비엔날레=올해로 12회를 맞는 상하이비엔날레는 ‘프로리그레스(Proregressㆍ禹步ㆍ우보)’를 주제로 내년 3월 10일까지 열린다. 옛 화력발전소를 리모델링한 PSA(Power Station of Art)를 주요 거점으로 상하이 도심 7곳에서 현대미술의 난장을 펼친다. PSA 1층 로비엔 종이박스를 묶어 주제인 ‘프로리그레스’를 ‘전진일보 후퇴양보(前进一步 后退兩步)’로 제시했다. 진보와 퇴보를 왔다 갔다하며 문명을 이륙한 인간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옆자리엔 스페인 조각가 페르난도 산체스 카스틸로의 ‘그네(swing)’를 설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제 12회 상하이비엔날레 출품작. 크리스티나 루카스 ‘Clockwise’
제 12회 상하이비엔날레 출품작. 알프레도 자 ‘A Hundred Times Nguyen’

소녀의 웃음 뒤에는 난민촌의 현실이 숨어있고(알프레도 자ㆍA Hundred Times Nguyen), 방 전체에 360도 돌아가며 설치된 시계는 4분의 격차를 두고 돌아가며 하나의 기준에 따라 동일하게 산업화되는 현시대를 이야기한다(크리스티나 루카스ㆍClockwise). 이처럼 출품작들은 인류가 정말 진보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폭력적ㆍ선정적ㆍ체제비판적인 작품은 허용되지 않는 중국 당국의 방침때문에 비엔날레 치고는 작품이 상당히 얌전하지만, 현시대의 문제를 지적하는덴 인색하지 않다. 비엔날레엔 26개국에서 67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한국작가로는 올해 아트바젤에서 발루아즈 상을 수상한 강서경 작가와 2018년 올해의 작가에 선정된 정은영 작가가 출품했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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