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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경제위기 상황 인식변화 못담은 시정연설에 실망
문재인 대통령이 1일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당부하는 국회 시정연설을 가졌다. 취임 2년도 안됐는데 벌써 세번째로 역대 정권에 비해 잦은 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때는 취임 첫 해 딱 한번 시정연설을 했을 뿐이다. 다른 전임 대통령들도 국회에 나와 한 해 국정운영 기조와 살림살이 방향을 설명하는 데 인색했다. 총리의 대독이 관행이 됐을 정도다. 대통령이 국회를 자주 찾는 것은 의회 민주주의의 지표라 할 수 있다. 국회와의 소통의 폭을 넓혀가려는 문 대통령과 정부의 의지는 그런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문제는 연설에 담기는 내용이다. 우선 당면한 경제 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 변화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게 놀랍고 실망스럽다. 문 대통령의 이날 연설 핵심은 ‘포용국가론’이라 할 수 있겠다. 경제적 불평등의 격차를 줄여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 그 요지인 셈이다. 이는 결국 지금의 경제 기조를 바꿀 의도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실제 문 대통령은 “지난 1년 6개월은 ‘함께 잘 살기’ 위해 우리 경제와 사회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자 했던 시간”이라며 “이를 위한 성장전략이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추진”이라고 말했다. 정부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내용이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고령층의 어려움은 “정책기조 전환 과정”이라며 “성과가 나타날 때까지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경제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 마다 청와대가 해온 이야기와 같다.

‘일자리 정부’를 자처하면서도 근본적 해소 방안은 연설내내 찾아보기 어렵다. 온통 돈으로 해결하겠다는 내용 뿐이다. 적극적인 재정 운용을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향은 맞다. 하지만 재정을 쏟아붓는다고 안정적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은 아니다. 올해 일자리 예산은 무려 22%나 늘어 23조원이 넘는다.

하지만 고용장려금을 준다는데도 기업이 일자리 늘리기를 외면하고 있다는 건 지난 1년간 정책 추진 과정에서 증명된 일이다. 일자리 만들기의 본질은 기업의 역할과 가치를 존중하고 속도감 있는 규제 혁신이다.

안팎의 경제 환경이 엄혹하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미중간 무역분쟁 등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은 더 커지고 금융시장도 크게 동요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이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현실을 더 냉정히 직시하고 정책 추진 과정에서의 문제점은 적절히 반영하는 탄력적인 국정운영을 국민들은 요구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소통을 중시한다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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