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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일자리’ 볼모에…정부, 한국GM 사태 속수무책
지난 4월 한국지엠 사태를 논의하고 있는 정부 및 산은 관계자들. [제공=금융위원회]
‘무난한’ 경영정상화 과정을 거칠 줄 알았던 한국지엠(GM)이 연구개발(R&D) 법인분리를 계기로 다시 ‘먹튀’ 논란이 불거지며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한국지엠은 12월 법인분리를 강행하겠다며 사태는 다시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정작 경영정상화 합의를 추진한 당사자 중 하나였던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은 보이지 않는다. GM이 잘 짜놓은 전략 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R&D법인 분리 문제는 자체 경영판단 사항으로 결정해야 할 문제고 이해관계자끼리 설득해야 할 문제를 정부에 얘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신설 법인 설립을 막기 위해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법원은 “경영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며 기각했다. 만약 정부가 경영판단 사항에 무리하게 개입할 경우 ISD(투자자 국가간 소송)에 제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노조는 GM의 철수설을 제기하며 법인 분리를 강력 반대하고 있다. GM은 이미 10년 간 생산시설에 투자하고 한국에서 영업행위를 지속하겠다며 계약서까지 썼고 더구나 법인 분리는 R&D 경쟁력 강화가 목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커뮤니케이션 양상은 협상 이전과 차이가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 5월 협상때와 달리 GM이 전혀 성실함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빨리 들어와 협상하고 노조를 움직이도록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이 관계자는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정공법을 취하려면 GM이 노조와 산은을 직접 설득해야 하는데 설득 노력이 없이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렇게까지 소통이 되지 않는 것은 GM의 탓도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GM이 노동자들의 생존권 등을 볼모삼아 협상에서 정부를 개입하도록 만들어 협상을 진행하고, 최대한 원하는 조건들을 끌어내는 것이 글로벌 전략이라는 해석까지 나온다. 지난 협상에서도 군산공장을 일방적으로 폐쇄하겠다면서 이를 지렛대삼아 정부를 협상테이블로 끌어냈다는 것이다. ‘목이 더 마른’ 정부가 ‘우물을 파도록’ 하는 셈이다. 호주시장에서도 GM은 정부 지원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결국 철수 수순을 밟았다.

이해관계자끼리 해소해야 할 대화의 문제는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의 책임론으로까지 번졌다. 여론의 관심이 산은에 집중되는 동안 한국지엠은 법인 분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는 산업은행을 질타하는 자리였다. 합의가 마무리단계에 접어든 지난 4월 산은은 한국지엠의 법인 분리 의도를 인지했다.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지원방안을 결정했던 정부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주주총회 거부권(비토권)을 회복하고 주주감사권을 강화해 경영 견제장치를 마련했다던 정부와 산은은 법인 분리 의도를 미리 감지했으면서도 기본계약서를 작성하면서 이를 견제할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런데 하필 GM은 협상 마무리를 앞두고 R&D 법인분리 의도를 밝혔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협상 마지막날에 거론했고 저희는 논의사항이 아니라고 거절해 경영정상화 방안에 포함하지 않았다”며 “경영 판단에 포함할 수 있는 사항을 모두 구체적으로 언급해서 계약에 넣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정부와 산은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GM은 R&D 법인 신설이 ‘중요한 도약’이라며 긍정론을 펼친다. 그러나 다른 편에서는 “분명 좋지않은 효과들도 검토했을 것이다. 이런 부분을 공개해야지 장점만 얘기하면 더 믿기 어렵다”고 말한다.

아직 정부는 단호하다. “원칙대로 풀 것”이란 입장이다. 한국지엠이 이해관계자들을 먼저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팔짱 낀’정부보다는 아직 목마른 쪽은 한국지엠이다. 한국지엠은 노조와 논의하고 제기되는 철수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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