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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광장-조성일 대도시방재연구소 소장] 재난안전법과 국가위기관리센터
최근 행정안전부가 선제적 재난 관리를 위해 ‘재난 유형별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이하 매뉴얼)’ 전면 개정 계획을 발표했다.

중대재난에 대한 청와대 컨트롤타워 기능강화를 위해 국가안보실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국가위기관리센터’가 참여하는 ‘재난관리영상회의’를 초기상황부터 운영하겠다는 것과 폭염ㆍ한파 등 새로운 재난 관련 매뉴얼도 제정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지난 여름에 겪은 유례없는 폭염과 세월호사고에서 보듯 이상기후로 인한 폭염과 한파를 자연재난으로 새로 포함시킨 것이나, 청와대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것 모두 시의적절하다. 폭염ㆍ한파 관련 법적 근거는 정부가 지난 9.18일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하 재난안전법)’을 개정해 이미 마련했다.

한편, 법적으로 대규모재난의 대응ㆍ복구 등 총괄ㆍ조정 기능은 재난안전법 규정에 따라 행안부에 설치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앙대책본부)에 있다. 행안부장관이 본부장이나, 범정부차원의 통합대응이 필요한 경우에는 국무총리가 본부장의 권한을 행사하고, 대규모 재난 발생 시에는 본부상황실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국가위기관리센터’는 청와대 ‘국가안보실 직제(대통령령 제29077호)’규정에 따라 국가위기 관련 상황 관리 및 초기대응을 위해 국가안보실장 밑에 설치된 기구로 그 장은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공무원이 담당한다. 이따금 대통령이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는 모습을 TV를 통해 볼 수 있는데, 이 지하벙커가 ‘국가위기관리센터’ 상황실이다.

국가안보에 관한 대통령의 직무보좌를 위해 설치된 국가안보실의 실장은 ‘국가안전보장회의법령’의 규정에 따른 국가안전보장회의 위원으로 그 사무처를 운영하고 밑에 1ㆍ2차장을 두고 있다. 국가안보실 직제 규정에 따르면, 1ㆍ2차장 모두 안보ㆍ국방, 외교ㆍ통일정책을 다룰 뿐 재난을 책임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청와대가 중대재난을 직접 총괄하려면 앞서 폭염ㆍ한파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처럼 ‘재난안전법’을 개정해 중대재난 발생 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중앙대책본부가 된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그 대상이 되는 중대재난의 유형ㆍ규모를 하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작업을 선행하는 게 좋다.

참고로 일본은 재난상황을 총리관저의 위기관리센터가 초기 관리하지만, 총리실에 직접 ‘긴급재해대책본부’를 설치ㆍ운영한 것은 2011년도에 발생한 동일본대지진이 거의 유일하고, 대부분은 내각부에 설치된 ‘비상재해대책본부’가 담당한다.

‘국가안전보장회의법’에도 역시 중대재난 관련 규정을 마련하고 국가안보실에 1,2차장 외에 재난 전담 차장이나 비서관을 신설해 전문성을 높이고, 현재의 일본이나 2007년도의 노무현 정부처럼 재난대응만 전담하는 국가위기관리센터장을 별도로 두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혹여 중앙대책본부는 현행대로 유지하고,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는 중대재난의 초기대응 지원만 할 생각인지는 모르겠으나, 설령 그렇더라도 재난안전법에 중앙대책본부ㆍ본부상황실과 위기관리센터의 상호관계를 명시적으로 규정해 두는 게 바람직하다.

행안부 발표처럼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대통령훈령 제388호)’만을 근거로 매뉴얼을 개정해 청와대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할 경우 자칫 재난안전법에 저촉될 수도 있고, 중대재난 대응에 위계상 혼선을 초래하거나 중앙대책본부 기능을 무력화시킬 수도 있다. 지난 정권의 일이지만, 세월호 사고 때 현장 상황이 급박함에도 청와대 관계자가 해경상황실에 VIP 보고용 동영상을 재촉해대면서 오히려 현장 지휘를 방해한 사례도 있었다.

요컨대 행안부가 매뉴얼 개정에 앞서 관계법령을 먼저 정비해 재난대응체계를 법적으로 일원화하는 게 우선이다. 재난대응은 그 권한과 책임이 명확할수록 좋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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