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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일파만파 ‘고용세습’ 의혹…정치권 본질 흐리지 말아야
공공기관 고용세습 파장이 일파만파다. 서울교통공사 사태를 계기로 각급 공공기관에서 유사한 채용비리가 국정감사 등을 통해 광범위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인천공항공사 국감에서는 인천공항 협력업체 6곳에서 14건의 친인척 채용사례가 드러났고, 한국국토정보공사에서도 19건의 의혹이 제기됐다. 연일 불거지는 공공기관의 채용비리가 양파껍질처럼 까도까도 계속된다. 여태 나온 비리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니 공공기관 전수조사를 해야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자유한국당 등 야권이 서울교통공사 비리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겠다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그야말로 죄질이 나쁜 악성 범죄다. 우선 취업의 좁은 문을 뚫기 위해 노력하는 청년들의 꿈과 희망을 걷어차는 일이다. 지난해 강원랜드와 금융권 취업비리가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것도 이런 까닭이다. 서울교통공사만 해도 청년들에게는 ‘꿈의 직장’이다. 높은 연봉에 서울 근무가 보장된데다 공무원에 준하는 신분이 보장된다. 그러니 올 하반기 공채에서 500여명 모집에 무려 3만명이 응시할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룬 것이다. 그런데 비정상적인 고용세습으로 그나마 취업문이 더 좁아지게 생겼다. 2020년까지 공채인원이 1000여명 가량 줄어들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한 청년들의 박탈감과 절망감은 어떻게 달래줄 것인가.

이 과정에서 노정된 도덕적 해이도 도를 넘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사회적 약자 보호하기 위한 정책적 조치다. 그런데 이를 명분으로 뒤로는 임직원과 노조 간부의 아들 딸 며느리 부인 등 제식구를 챙기며 그들끼리 잔치를 벌였다. 취준생들의 몫이어야 할 일자리를 도둑맞은 셈이다. 적당히 넘어갈 일이 아니다.

사태가 확산되면서 경계해야 할 게 있다. 정치적으로 문제를 풀어가려는 일부 정치권의 시도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흠집을 내려는 야당의 정치적 접근이라는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유치원 비리에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관심도를 떨어뜨리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국당이 비정규직 차별을 정당화하고 을과 을의 싸움을 조장하고 있다”며 본질을 호도하는 주장을 펼쳤다. 한국당 역시 현 정권의 약점을 잡은 양 ‘오버’하는 경향이 없지않다. 국감 정국을 ‘유치원 비리 대 고용세습’으로 몰아가려는 한심한 조짐마저 보인다. 모두 사태의 본질과 거리가 멀다. 유치원 비리든, 채용비리든 그 싹을 잘라내는게 이번 사태의 핵심이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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