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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8년전에 이미… ‘트럼프의 파시즘시대’ 도래 예고한 사회과학 명저
트럼프 시대를 놀랍게 예견한 책으로 새삼스레 주목받고 있는 책이 있다. 38년 전, 미 연방정부 관료로 활약한 정치학자 버트럼 그로스((1912~1997)가 쓴 ‘친절한 파시즘’이다.

20세기 말 미국의 정치 및 사회 전반에서 관찰된 전체주의의 전조를 읽어내 새로운 형태의 파시즘이 나타날 거라고 예견한 것이 바로 21세기 트럼프의 미국과 닮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파시즘이 나타날 수 있음을 경고한, 사회과학의 명저로 꼽히는 이 책이 처음 번역· 출간됐다.

지은이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거대 기업과 거대 정부가 점점 더 강하게 결탁하면서 알아차리지 못할 교묘한 방식으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박탈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친절한 파시즘’이란 용어는 고전적인 파시즘과 구별하기 위해 썼다. 잔혹한 폭력을 행사하는 고전적인 파시즘과 달리 겉으론 민주적이지만 교묘하고 섬세한 형태로 복종을 끌어낸다는 뜻이다.

가령 전문화된 사회 위기관리 시스템, 고도의 과학기술, 미디어, 소비주의, 하위문화 등을 통해 통제가 이뤄지는데 지은이는 기득권층이 여기에 봉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부자와 기업경영자, 정치인, 과학자 등이 저마다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통해 권력의 집중화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유, 민주, 인간적 가치, 인권 등의 화법을 사용하면서 권력을 확장해나가는데, 그 과정에서 환경오염, 물자 부족, 실업, 인플레, 전쟁의 피해를 전가하게 된다. 그 결과는 경제불균형 심화와 저항의 무력화다.

지은이는 80년대 초 파시즘의 징후를 ‘다섯 개의 대열’에서 찾는다. 약자와 소수자를 억압하는 광신적 집단, 파괴적 대량살상 무기를 제조하는 방산기업과 군 당국, 정부의 지원과 제도적 혜택을 받으며 부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기업과 경영자,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파괴하는 감시시스템과 사법 책임자들 등이다.

도래할 ‘친절한 파시즘’의 사회에서 예속된 인간의 유형을 지은이는 노동자층인 욥, 과학기술자층인 프로메테우스, 기득권의 규범을 내면화해 스스로 쳇바퀴를 돌리는 파우스트형으로 나눈다.

친절한 파시즘에 대항하는 노력들도 적시했다. 반전운동과 환경운동, 여성운동, 성소주자 인권운동 등이다. 책의 내용은 80년대 보다 오늘날 더 실감나게 다가온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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