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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터랩]고용 불안ㆍ낮은 급여…청년 40% “최악 취업난에도 중소기업은 안갑니다”

-15~39세 청년 설문…“중기 취업 않겠다” 1년만에 10%p 상승
-선호 일자리는 ‘안정적 회사’…‘칼퇴 회사’ 선호도 높아져
-청년 36%는 “행복한 삶 찾아 헬조선 떠나 해외이주 고려”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 최승민(34) 씨는 6개월전 다니던 중소기업에 사직서를 내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용돈을 벌고 있다. 작은 사업을 준비하는 최 씨는 현재의 일에 만족한다고 했다. 그는 5년이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이유로 중소기업의 낮은 급여와 복지수준을 꼽았다. 최 씨는 “회사에서 직원들이 그만둬도 새로 인력을 뽑지 않아 시간이 지날수록 일이 너무 많아졌다”면서 “나는 영업사원이었지만 바쁠 때는 생산라인에 투입돼 일해야 했다”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회사에서는 늘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라’고 했지만 한달 일해서 받는 돈은 200만원이 되지 못했다. 공휴일마저 챙기지 못할 때가 많았고 이때문에 여자친구와 싸움도 잦았다. 이직도 여러 번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최 씨는 “집 근처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고 있지만 마음만은 편하다”며 “진짜 주인이 되서 열심히 일할수 있는 작은 가게를 알아보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쪽에서는 ‘일할 곳이 없다’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일할 사람이 없다’고 하는 미스매치가 심각하다. 최악의 취업난에도 청년들 10명 중 4명은 ‘불안한 고용’과 ‘낮은 급여 수준’ 때문에 중소기업을 외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전국 15∼39세 남녀 2714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청년 사회ㆍ경제 실태 및 정책방안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4명(40.6%)은 최악의 취업난에도 중소기업에 취업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같은 비율은 2016년 31.1%보다 9.5%p나 높아졌다.

▶청년 40% “취업난에도 중소기업은 가지 않겠다”=
중소기업 취업을 원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20.6%는 ‘고용 불안정’을, 19.8%는 ‘낮은 급여’를 꼽았다. ‘대기업보다 낮은 복지 수준’(13.9%), ‘개인의 발전 가능성 없음’(13.3%), ‘대기업보다 낮은 성취감’(11.5%)도 중소기업 취업에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고용 및 실업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 유형으로 31.4%가 ‘안정적인 회사’를 꼽아 ‘적성에 맞는 회사’(22.3%)나 ‘급여가 높은 회사’(19.5%)를 압도했다. 이어 ‘분위기 좋은 회사’(9.0%) ‘발전 가능성이 높은 회사’(8.8%)가 뒤를 이었다. ‘퇴근이 빠른 회사’에 대한 선호도도 급상승했다. 최근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1주 최대 근로시간이 총 52시간으로 제한되는 변화를 반영하듯 퇴근이 빠른 회사에 대한 선호가 2016년 2.7%에서 1년만에 6.9%로 급격하게 늘었다.

연구원은 ”지속적으로 청년 고용 및 실업 문제에 대한 다양한 정책들이 제안되고 있는 것에 반해 고용지표 결과는 실질적으로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면서 ”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청년들의 사회ㆍ경제 실태에 대한 진단과 분석이 요구되며, 이를 기반으로 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36% “헬조선 떠나 해외이주 고려”=
청년 10명 중 3명 이상이 행복한 삶과 더 나은 교육 환경 등을 위해 ‘헬조선’ 같은 한국을 떠나 해외이주를 고려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해외이주를 고려해 본 적이 있는 청년들은 전체의 36.0%를 차지했다. 해외이주 의향은 2016년 22.2%에서 1년만에 13.8%나 증가했다. 교육 수준별로 보면 대졸이상 중 해외이주를 고려해본 이들의 비율은 40.3%로 가장 높았다.

이들을 해외이주를 고려한 이유로 34.3%가 ‘행복한 삶을 위해서’를 꼽았다. ‘새로운 사회에 도전해 보고 싶어서’(18.7%),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위해서’(13.4%), ‘자기계발을 위해서’(11.2%), ‘아이를 낳고 키우기 힘들어서’(7.9%), ‘취업이 어려워서’(5.5%)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연구원은 “한국사회에서 행복한 삶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는 청년들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청년들을 위한 정책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말해준다”고 분석했다.

▶결혼도 출산도 경제적 어려움이 문제=경제적 어려움이 청년층의 결혼에 적잖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었다. 출산을 꺼리는 이유도 자녀 교육비 등 돈 문제가 컸다.

결혼을 준비해본 경험이 있는 청년 응답자(1011명) 중 31.2%가 결혼을 망설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 절반 가량(46.4%)이 결혼을을 망설인 이유는 ‘결혼비용 때문에’를 꼽았다. 성별로 보면, 남성이 58.9%로 여성(37.1%)보다 ‘결혼비용 때문에’ 결혼을 주저했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 역시 경제사정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응답자들은 가장 먼저 확대해야 하는 출산정책으로 ‘자녀 교육비 부담 완화’(24.3%)를 꼽았다. 출산을 하려면 ‘가구의 소득 증대’가 우선이라고 답한 응답자도 14.4%였다.

한편 청년 절반 가량(46.0%)은 결혼에 대해서는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자녀에 대해서도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는 의견을 가진 비율이 45.9%에 달했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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