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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 끝에서 ‘나’를 되찾는 여정의 시작
가족의 죽음 같은 존재를 흔드는 상실의 아픔부터, 벗어날 수 없는 일상의 무게에 짖눌린 답답함까지, 사람들은 대체로 시간과 함께 그냥 견뎌낸다. 어느 순간 벌떡 일어나 낯선 곳을 여행하거나 엉뚱한 시도를 하면서 무슨 방도를 찾는 이들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런 때, 손쉽게 닿을 수 있는 책 한 권이 위로가 되고 숨구멍이 되고, 삶의 의지와 열정을 일으켜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는 많은 책이 꾸는 꿈이다.

‘실존적 위기에 빠진 사람들의 독서클럽’은 바로 그런 이들이 모인 곳이다. 이 책의 지은이 앤 기슬슨은 쌍둥이 여동생 둘을 자살로 잃고 깊은 나락에서 헤어나올 즈음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삶의 터전을 잃었다. 모임의 멤버들의 사정도 비슷했다.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빼앗기는 어둠의 고통 속에서, 이들은 참혹한 외부 조건에도 삶을 잇기 위해 애쓰는 문학작품 속의 주인공들을 만나며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이들의 독서 목록에는 카프카의 ‘변신’, 셸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 셰익스피어의 ‘리어왕’, 톨스토이의 ‘이반일리치의 죽음’ 등 우리에게 친숙한 작품부터 20세기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 존 치버의 단편소설 ‘헤엄치는 사람’, 해학과 풍자의 대가 킹즐리 에이미스의 ‘숙취’, 고통스런 삶을 문학으로 풀어낸 브라질의 작가 클라리스 리스펙터의 글까지 폭넓은 텍스트들을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읽고 얘기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텍스트에서 끌어올린 저마다의 생각과 느낌들은 마음의 감옥에서 빠져나오는 등불이 된다.

지은이는 이 과정에서 철학을 통해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을, 건강한 슬픔의 가능성을, 쌍둥이의 죽음에서 배제됐던 어머니와 사형수를 변호했던 변호사 아버지의 내밀한 삶 등을 알아가며 치유와 화해의 시간을 갖게 된다. 세심하고 따뜻한 시선과 경험에 바탕한 얘기들이 주는 강력한 힘, 텍스트의 매혹적인 글귀들이 잘 어우러져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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