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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최효극 지음,해드림출판사)=목숨을 걸고 물속으로 뛰어들 것인가, 물 바깥에서 허우적대는 손이 떠오르길 기다릴 것인가? 현직 언론인 최효극의 장편소설 ‘느티나무’는 일제 강점기 조선의 현실 속으로 온몸을 던져 헌신한 간호선교사 엘리자베스 요한나 셰핑의 삶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독일 출신 미국인 엘리자베스는 식민지 조선에서 당시 인권사각지대인 소외된 이들을 위해 저항하고 헌신한다. 노예나 다름없는 가마꾼들의 노동에 반대하고, 처녀를 내다파는 악습에 저항하고, 나병환자들의 인권을 위해 목숨을 건 행진에 참여한다. 자신의 삶을 돌보지 않는 그녀의 헌신은 다른 선교사들과 갈등을 빚는다. 조선인과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음식을 먹으며 그들의 고난에 기꺼이 동참하는 그녀는 토끼고기 통조림 사업으로 돈을 벌거나 취미로 멧돼지 사냥을 하던 일부 선교사들에겐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일제총독 우가끼에게 소록도 나환자들의 인권보장과 시설 확충을 요구하면서 엘리자베스와 동료이자 광주제중원 운영자 최종오는 봉선리 나환자 112명을 이끌고 광주에서 경성까지 대행진을 감행한다. 10여 일에 걸친 고난의 행진은 모든 사람들의 삶을 크게 바꿔 놓는다. ‘희생을 통한 구원’만이 유일한 길이라는 걸 몸으로 보여준 엘리자베스의 이야기는 인류애의 증거이며, 식민치하 소외계층의 처절한 기록이기도 하다.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신평 지음, 새움)=’영원한 내부고발자‘란 수식어가 따라붙는 신평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93년 판사실에서 돈봉투가 오가는 걸 질타하며 사법부의 정풍을 주장했다가 현행 헌법 시행 후 최초로 법관 재임용에 탈락한 당사자다. 그는 그 일을 시작으로 줄곧 사법개혁을 주창해온 원칙주의자다. 몇년 전엔 동료교수의 공무 출장 중 성매매 의혹을 제기해 명예훼손을 당하는 등 돌아오는 건 내부 집단의 질타와 보복이었다 이 책은 명예훼손 피의자이자 사법피해자가 된 내부고발자의 재판투쟁기록을 담고 있다. 그는 내부 고발자의 삶이 얼마나 위태롭고 고통스러운지 스스로를 통해 보여준다. 죽음까지 생각할 정도로 몰리는 정신적 위기상황에서 가족과 신앙에 의지해 가까스로 헤어나올 수 있었다고 그는 고백한다. 지은이는 재판과정을 겪으면서 사건의 진실은 물론 사람의 진심도 외면하는 오만한 사법부의 행태에 분노하고 좌절한다. 재판 거래와 재판 개입 등 2018 사법농단 사태에서 그의 외로운 투쟁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가감없이 드러낸 그의 인간적 고뇌도 감동을 준다.

▶오정희의 기담(오정희 글, 이보름 그림, 책읽는 섬)=행복해 보이는 일상이 얼마나 깨지기 쉬운지 날카로운 언어로 그 틈새를 읽어온 작가가 두루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들고 왔다. 어린 시절 우리를 사로잡았던 으스스하고 이상한 이야기들, 할머니나 주변 어른들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들이 작가의 상상력과 만나 새로운 옷을 입었다. 구렁이의 몸으로 태어났지만 허물을 벗고 사람이 된 남자가 아내의 실수로 인간 세상으로 돌아올 수 없게 되자 아내가 못에 뛰어든다는 절절한 사랑 얘기인 ‘그리운 내 낭군은 어디서 저 달을 보고 계신고’, 아들만 아홉인 집에 태어나 온 사랑을 독차지했지만 새어머니의 질투와 오해로 억울하게 목숨을 잃어야만 했던 막내딸의 이야기인 ‘앵두야, 앵두같이 예쁜 딸아’, 글을 읽느라 손 하나 까딱 않는 백면서생 남편을 위해 가난을 견디며 온갖 고생을 한 아내의 이야기 ‘고씨네’ 등 할머니가 두런두런 얘기해주는 맛깔스런 맛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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