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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쓰기는 목숨같은 일” 허수경 시인 독일서 타계, 향년54세
2011년 장편소설 ‘박하’ 출간 당시 방한해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 독일에서 암투병 중인 것으로 알려졌던 허수경 시인이 지난 3일 별세했다. 향년 54세.

1992년 독일 유학길에 올라, 뮌스터대에서 고대근동고고학 박사를 취득한 그는 시간이 축적된 땅의 단층과 유물에서 건져올린 사유와 감수성을 문학의 자양분으로 삼아 작품 활동을 해왔다.

25년간 타국에서 생활하면서도 시집과 소설, 산문집을 꾸준히 펴낸 그는 모국어로 글을 쓰는 행위를 언어공동체의 말의 감각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한 과정이라며, “언어감각을 잃어버리지 않는 일은 목숨과도 같이 중요한 일”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경남 진주에서 출생한 허 시인은 1987년 실천문학을 통해 데뷔했다.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으로 제15회 이육사 시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투병 중에도 지난 8월, 허 시인은 2003년 나온 산문집 ‘길모퉁이의 중국식당’을 15년 만에 새롭게 편집해 ‘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출판사 난다)라는 제목으로 냈다.

이 책을 낸 김민정 난다 대표는 “지난 2월 시인이 말기 암을 앓고 있다고 알려오면서 단단한 당부가 있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세상에 뿌려놓은 글 빚 가운데 손길이 다시 닿았으면 하는 책들을 다시 그러모아 빛을 쏘여달라는 것이었다”개정판을 내게 된 배경을 밝혔다.

당시 시인은 자신이 머물고 있는 독일 뮌스터에서 홀로 제 생을 정리하고 싶다며 그 어떤 만남도 허락하지 않았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

시집으로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혼자 가는 먼 집’‘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장편소설 ‘박사’‘아틀란티스야 잘 가’ 등이 있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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