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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진민PD가 강조하는 드라마 제작의 개방성과 유연성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김진민 PD(46)는 중견 연출자다. ‘영웅시대’ ‘신돈’ ‘개와 늑대의 시간’ ‘무신’ '오만과 편견' 등 선굵은 작품부터 ‘달콤한 인생’ ‘결혼계약’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 등 멜로물까지 다양한 드라마를 연출해왔다. 최근에는 tvN ‘무법변호사’를 마무리하며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최근 몇년 사이 미디어 환경과 콘텐츠 플랫폼 시장이 급변하고 있지만 김 PD는 대중성과 완성도를 놓치지 않고 있다. ‘무법변호사’의 시청률은 8%대까지 갔다.

“법보다 주먹이 가까이 있다는 말을 쓴다. ‘무법변호사’의 대의명분은 권선징악이긴 한데, 법으로 안될때 우리는 무엇으로 싸워야 하나? 불의에 맞설 수 있느냐를 생각하는 드라마다. 작가는 법보다 위에 있는 게 용기가 아닌가라고 이야기한다.”
 

김진민 PD는 이혜영, 최민수, 이준기, 서예지라는 배우에 대해 언급했다. 특히 최민수와 이준기와는 이전부터 인연이 많은 감독이다. 이런 배우들과 함께 한 게 복이었다고 했다.

“이혜영 씨는 탁월하게 잘한다. 최민수와도 연기 결이 다르다. 스스로에게 엄격하다. 준비를 안해왔다 하면서 많이 해온다. 과감한 연기는 후배들이 본받을만하다.”

“최민수 씨와는 이번이 4번째 작품이다. 독특함이 있고, 연기 작업에 대한 몰입을 높이 산다. 자기 역할을 전체와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 배우가 가진 이미지가 세다보니까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지만, 저는 최민수 씨의 작품 전체를 보는 눈을 배우고 싶다. 그가 맡은 안오주 캐릭터는 버려지는 사냥개인데 TV가 아니었다면, 더욱 비열하고 악랄했을 것이다.” 
  

“이준기는 기본적으로 연기에 대한 열망이 있다. 연기라는 직업에 대한 엄격함과 그것에 다가가려는 진지한 태도, 그걸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하는지를 지켜봤다. 여전히 연기에 배고파 있다. 그는 한계를 계속 뚫고 나갈 것이다. 이준기처럼 몸까지 써가면서 연기하는 배우는 드물다. 가급적 대역을 안쓰고 스스로 하는 걸 자존심으로 생각한다. 해낼 능력도 있다. 톰 크루즈보다 덜하지 않을 것이다.”

“서예지는 꾸준하게 커리어를 쌓아왔다. 연기 방법론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한 것 같다. 만나 보니 여기까지 그냥 온 게 아니구나 하는 게 느껴졌다. 동물적으로 연기하는 스타일을 잘 컨트롤하면 매우 좋은 연기가 될 것 같다.”

김진민 PD는 자신의 연출작에 대해 냉철하게 분석한다.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2017)는 제작자와 뮤지컬을 하려고 했던 드라마다. 연출 준비가 덜돼 제대로 된 재미를 못담아낸 아쉬움이 남어 있다. 젊은 친구들(출연자)이 마음껏 놀게 했어야 했다.”

“결혼계약(2016)은 이서진이 살렸다. 배우는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어야 한다. 역할 하기 나름이다.”

“‘개와 늑대의 시간’(2007)은 이전에 보지 못했던 한국형 느아르다. 그동안 잘 안한 콘텐츠다. 열정으로 똘똘 뭉쳤다. 여기에 앞장선 이준기의 역할이 컸다. 최재성 김갑수 이기영 등 중견배우의 합도 좋았다. 촬영도 그 당시로는 파격적이었다.”

김 PD는 콘텐츠 생태계가 워낙 빨리 변함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대비와 적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드라마 제작의 개방성을 강조했다.

“드라마 시장이 워낙 빨리 변한다. 드라마 제작편수가 많아지면서 훨씬 정밀해졌다. 서사는 서사대로 디테일이 있어야 하고, 회별로 뭐가 있어야 하는 등 만드는 게 더 어려워졌다. 비평과 리뷰는 더욱 리얼해지고 자유로워졌다. 머리 좋고 생각이 깊고 속도가 빠른 사람이 이 곳에 진입해줘야 한다. 많은 사람의 힘이 합쳐져야한다. 감독과 배우는 이전보다 훨씬 더 신뢰해야 한다. 감독과 프로듀서, 배우의 경계가 허물어져야 한다. 누구 머리에서 나올지 모른다. 이런 과정에서 천재가 나올 수도 있다”

김진민 PD는 “'이게 될거야'라고 단정하는 한 사람의 생각은 위험하다. 권위의 시대가 가면서 감독의 권위가 대중과 배우를 누르지 못한다. 감독 생각대로 정서가 흐르지 않는다. 삶 자체가 모두 연결돼 있다. 그래서 눈치를 보고 공감되길 바란다. 원 웨이(one way)는 안된다. 하지만 수용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만 바라보면 안된다. 익숙함은 새로움이 아니니까”라고 했다.

김 PD는 재미나 재미의 수용 프레임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마블 영화들의 위력은 너무 강력해 판타지 장르가 리얼리티 장르를 잡아먹은 격이라고까지 말한다. 다 부셨는데도 하나도 안아프다. 감각이 없어진 상태에 돌입했다. 현실과 판타지는 마구 섞여버린다. 김지운 감독이 상업영화 대 예술영화의 구도가 아니라 마블 대 비(非)마블 영화, 프랜차이즈 영화 대 단발영화의 구도가 되어간다고 했듯이, 김 PD의 말도 이와 잘 연관된다.

“사회가 험하다. 무서움도 재미다. 게임도 잔인하다. 감각이 없어진 상태에 돌입했다. 현실이랑 판타지가 섞여있는 데에는 마블히어로가 큰 역할을 했다. 판타지 장르가 리얼리티 장르를 잡아먹은 격이다. 히어로물은 만화 등과 섞여버렸다. 이 궤도가 한번 더 돌 것같다.”

김 PD는 마블 히어로는 밑바닥부터 오랜 기간 다져온 콘텐츠라고 했다. 어느날 갑자기 지구를 구한 게 아니다. 엄청난 스토리에 욕망이 흐르고 있다. 이게 콘텐츠의 힘이다. 이걸 구축하기 위해 엄청 공을 들였다는 것. 김 PD는 이런 일은 혼자의 작업으로는 어렵다면서 드라마 제작에서의 협업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 PD는 넷플릭스 등 OTT, SNS 체제가 드라마 생태계를 바꾸고 있는 데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이젠 진짜 어디서 터질지 모른다. 무국적성 콘텐츠가 많이 나온다. 기획이 자본이 결합하는 이상, 순수한 작품도 의도가 있게 된다. 그 의도가 자본과 결합해 정교한 작업을 거쳐, 투자 회수로 연결된다. 배우들 역할이 점점 더 커진다. 아이디어는 지금과는 다른 곳에서 살 것이다. 오리지널은 더욱 대접받고, 모방은 잘 하지 않으면 하찮게 여겨질 것이다. 어떤 면에서 새로운 건지, 다른 게 뭔지를 세계 사람들이 평가한다. 진짜 재미가 있으면 월드와이드하게 터진다. 엄청난 애들이 자라나고 있다. 태어난면서 아이폰을 쥐고 영상을 만드는 애들이 찍으면 달라진다. 저만 해도 사진이 찍히면 어색하다. 영상을 대하는 태도부터 달라진다.”

김 PD는 이와 함께 크리에이터가 더욱 중요해진다고 했다. 세상 돌아가는 것,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공부는 하지 않고 드라마 대본 쓰는 방식(드라마투르기)에만 맞춰 글을 쓰다가는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드라마가 유행을 많이 타는 장르다 보니까 작가가 이에 맞게 써야하고, 사람들이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작가는 그에 대해 질문과 답을 던져야 한다. 이제 이 순간도 금방 지나가, 질문은 같은데 답이 새로워질 수 있다. 작가들의 고민이 훨씬 더 깊어야 한다.”

김 PD는 “나는 드라마가 정서적으로 사람들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갈 것이냐를 생각한다. 물론 재미는 빠질 수 없는 요소다”면서 “대중에게 질문을 던지는 드라마,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해 질문을 던져 시청자가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것, 물론 지금도 하는 작업이지만 재미라는 강박에 지나치게 사로잡혀, 정서적으로 좀 더 정교한 드라마, 삶과 좀 더 밀접한 드라마를 놓치고 싶지 않다. 마블 히어로가 세상을 구하는 시대에 이런 게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진민 PD는 ”아내인 배우 김여진과 서로의 일에 대해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를 물어보자 “서로의 직업과 영역, 취향은 인정하고 존중해주지만, 아내가 날카로울 말을 할 때는 아파도 듣고본다. 아내가 연기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독서량도 많다. 제가 배우에 대해 의문이 생기면 도움될 때가 많다. 배우가 그럴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가능성을 열고 생각하게 된다”고 답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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