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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양 절경 62점…겸재의 감회에 젖어본다
겸재 정선의 그림 중 ‘인왕제색’은 비갠 인왕산의 모습을 묵직하면서 생동감있게 그려낸 걸작으로 꼽힌다. 인왕산의 백색암봉을 힘있는 붓질로 검게 쓸어내린 형상은 위압적이다.

산 중턱으로는 안개가 도도한 강물처럼 흐르고 그 밑으로 송림이 우거진 속에 집이 간결하게 그려져 있다. 이 그림은 겸재의 동문지기이자 그의 반쪽이나 다름없는 사천 이병연을 위해 그린 그림으로, 그림 속 집은 이병연의 집이다.

우리 고유의 감성과 형식, 멋으로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리는 시대적 풍토 속에서 겸재와 사천은 시와 그림으로 우뚝 섰고, 서로 화답했다.

‘겸재 연구 일인자’로 불리는 최완수 한국민족미술연구소장이 2004년 펴낸 ‘겸재의 한양진경’을 새롭게 펴냈다. 그동안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보완하고 새로 작품을 추가했다. 정선이 남긴 한양의 그림을 62개 항목으로 나눠 싣고 그 그림이 그려지기까지의 내력과 역사적 배경을 자세하게 담았다.

책은 겸재가 52세부터 살던 인왕산 골짜기의 집 ‘인곡유거’, 자화상으로 짐작되는 툇마루에 나와 화초를 감상하는 ‘독서여가’를 비롯, 청와대가 들어서 있는 세종로 1번지 동쪽 산골짜기에 있던 ‘독락정’, 남곤 집터의 ‘대은암’, 종로구 청운동에 자리했던 조선중기 선비 성수침의 ‘청송당’, ‘자하동’ ‘창의문’ ‘백운동’ 등 250여년전 한양의 모습을 겸재를 통해 만날 수 있다.

이와함께 겸재가 양천현령으로 부임해 가면서 이병연과 ‘시와 그림을 서로 바꿔 보자’며 시화환상간을 약속하고 매일 그렇게 정을 나눈 양수리 일대부터 양천현(지금의 양천구) 일대에 이르는 한강 주변의 명구승지도 담겨있다.

책의 말미에는 옛 그림의 장소를 지도에 표시해 여행서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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