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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문창용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 더 많은 실패, 보다 빠른 실패
중국 전국시대의 사상가인 순자의 권학(勸學)편에는 ‘공재불사(功在不舍)’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성공은 포기하지 않는 데 있다’는 뜻의 이 말은 동서고금을 통틀어 여전히 유효하다. 최근 중국 대학생들에게 가장 존경하는 기업인으로 꼽힌 마윈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 그룹을 설립하기까지 8번의 실패를 겪었다. 영국의 스티브잡스로 불리는 제임스 다이슨 또한 5000번이 넘는 실패 끝에 사이클론 방식의 먼지봉투가 없는 혁신적인 청소기를 개발했다.

마윈과 제임스 다이슨의 사례처럼 기업은 성공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실패를 거듭한다. 기업의 실패가 재도전으로 이어지지 않고 막을 내린다면 그간 기업이 쌓아온 기술과 사업노하우는 사장되고 만다. 실패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경험의 가치가 분명히 존재함에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오히려 실패자라는 사회적 냉대와 편견으로 기업들이 재도전을 두려워하는 것이 현실이다.

실패의 경험을 성공으로 바꿀 재도전의 기회는 기초체력이 약한 중소기업일수록 더욱 절실하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에 비해 자본력이 부족하다보니 단 한 번의 실패로 인해 시장에서 낙오되기 쉽다. 해외의 경우 중소기업의 실패에 따른 사회적 손실을 막고자 재도전을 돕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중소기업들이 마음껏 도전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중소기업우선(Think Small First)’ 원칙에 입각해 2008년 ‘중소기업법(Small Business Act for Europe)’을 법제화했다. 이를 통해 유럽연합 각국에서는 중소기업 전반에 관한 지원과 실패한 중소기업의 재도전에 관한 사항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독일은 자국의 사정에 맞게 이를 보다 더욱 구체화해 중소기업의 육성, 마케팅, 재도전 기회 등을 집중 지원해 세계시장에서 수위를 다투는 이른바 ‘히든 챔피언’ 중소기업들을 1350개나 보유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중소기업이 실패를 발판삼아 다시 도전 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 지원 정책을 다듬어나가고 있다. 최근 정부는 실패 기업인의 채무부담을 완화하고, 재도전에 나서는 기업인에게 각종 세제 및 행정지원을 하는 내용으로 ‘7전 8기 재도전 생태계 구축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정책은 실패 기업인들이 재기하는데 필요한 사항을 고민하고 개선하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 특히 2021년까지 중소기업진흥공단과 기술보증기금,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 정책금융기관이 보유한 부실채권 3조3000억원을 캠코를 통해 정리함으로써 약 8만여명의 신용회복을 도와 우리경제의 활력을 높일 계획이다.

그동안 정책금융기관들은 기관별로 사업에 실패한 기업인의 채무부담 완화에 나서왔지만 사업을 위해 여러 기관을 통해 보증지원을 받는 기업인의 입장에서는 한 기관의 채무만 정리해서는 신용회복이 되지 않아 재기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정책을 통해 정책금융기관별로 흩어져 관리되던 부실채권이 캠코에 집중되면 기업인들은 신속하게 신용을 회복해 다시 한 번 건실한 기업을 일굴 기회를 얻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적인 경영컨설턴트인 톰 피터스(Tom Peters)는 급속한 변화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지는 미래 경영환경에서 기업들의 성공조건으로 ‘훨씬 더 많은 실패와 보다 빠른 실패’를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실패는 수면 아래로 감춰야할 과오가 아닌 성공을 향한 여정에서 발견한 값진 자산이다. 우리 역시 기업들이 역경을 이겨내고 다시 도전을 이어갈 수 있도록 응원과 함께 촘촘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모쪼록 앞으로 정착될 ‘재도전 생태계’를 통해 우리 중소기업들이 끊임없는 도전하여 세계시장을 주름잡는 ‘히든 챔피언’으로 비상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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