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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정상회담] 재계 총수들도 비상.. 수행원 없는 단독 방북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경제인단, 리용남 북한 경제담당 부총리와 접견…의제는 여전히 오리무중

[헤럴드경제=이민경ㆍ박이담 기자]제3차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동행하는 경제인들이 이례적으로 수행원 없이 단독 방북길에 오른다. 기업 총수가 방북길에 오르면서 수행원 없이 홀로 가는 것은 처음이다.

4대 그룹 총수와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등 주요 재계 인사들은 18일 오전 6시께부터 서울 경복궁 동편 주차장에 모여서 7시께 1호차 버스를 타고 성남 서울공항으로 이동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차에서 내려 취재진을 향해 “안녕하세요”라고 짧은 인사를 건넸으나 소감이나 남북경협 기대감 등을 묻는 질문에는 침묵했다. 그는 출발하기 전 서울 태평로 삼성전자 사옥에 들러 임원 회의를 소집하고 이번 방북 관련 사안을 점검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남북경협에 대한 내실있는 협의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리용남 내각 부총리 면담 건에 대해서도 국내 그룹들은 특별한 현안이 준비되지 않았다고 밝혀왔다.

LG그룹 관계자는 “우리 계열사들이 지금 대북사업을 하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는 부분이 없다”며 “TV와 디스플레이도 2009년께부터 중단한 상태이고 현재는 안 한다”고 답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는 현안을 모르나 총수 당사자는 알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기업과의 협의를 건너뛰고 투자 최종승인자인 ‘회장’을 설득해 남북경협에 속도를 내려는 모양새로 비칠 가능성이 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전날 4대그룹 총수들의 방북이 “2000년, 2007년 회담 때도 대기업 총수들이 여러 경제인과 방북했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금 어떤 구체적인 의제를 얘기할 것인가는 좀 섣부른 것 같다. 아직 그런 단계가 아니다”고 밝혔다.

이날 4대 그룹 관계자들에 따르면 각 그룹은 최측근 비서들 선에서 홀로 방북하는 총수의 일정 관리를 전담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부회장님 방북에 관해서 홍보팀은 전혀 움직이는 게 없다. 저희가 가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이번 방북 건은 최측근 비서 몇 사람이 돕고 있다”고 답했다.

촉박한 교육일정 역시 두드러졌다. 정상회담 하루 전날인 17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삼청동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에서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52명)을 대상으로 ‘방북 교육’이 열렸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남북정상회담 추진방향’에 대해서 알리고 임동원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이 ‘역대 특별수행원의 활동 사례’를 소개했다. 이날 대기업 특별 수행원 중에서는 이재용 부회장만 참석하고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회장,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은 불참했다.

취임한 지 석 달도 안 된 구광모 회장은 더욱 경황이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LG 측은 “취임한 지 얼마 안 돼 아직 경영 현황 파악 중인데 예정돼 있던 방북도 아니라서 다른 그룹들보다도 특수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계열사인 엘지경제연구소에서 회장께 북한 경제 관련 정보를 취합해 전달드렸다”고 밝혔다.

현재 재계에서는 4대 그룹 총수들의 방북에도 불구하고, 남북경협에 대한 회의론이 팽배하다. 당장 남북 경협 사업이 구체화되지도 않았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와 미국의 단독제재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또 과거 개성공단처럼 남북관계 경색에 따라 언제든 폐쇄 또는 동결 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남북경협이 원활히 이뤄진다면 삼성그룹에서는 삼성전자보다 북한의 도로ㆍ철도ㆍ항만ㆍ주택 등 인프라 사업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삼성물산에 기대가 집중된다. 삼성물산은 실제로 상반기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자체 ‘경협 테스크포스’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그룹에선 과거 대북 인프라 사업을 진행했던 현대건설과 고속철 사업에 강점이 있는 현대로템이 주목된다. SK그룹은 에너지, 이동통신, 반도체에서 LG그룹은 전자, 이동통신, 태양광, 화학 분야에서 각각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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