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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메르스 진정국면이라지만 곳곳에 방역 구멍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일단 진정국면에 들어선 듯하다. 메르스는 잠복기가 최장 14일 정도이나 대개는 닷새나 엿새 안에 증상을 보인다고 한다. 확진자 이모씨가 귀국한지 13일로 6일째가 됐는데도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아 조심스럽지만 이런 관측이 제기되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에 의하면 이날 12시 기준으로 비행기를 함께 타고 왔던 탑승객 1명을 포함한 의심환자 11명 모두 최종 음성판정을 받았다. 이씨와 접촉 정도가 높아 능동 감시 대상인 밀접접촉자도 21명에서 더 늘지 않고 있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에 비해 보건당국의 초동 대응이 신속하게 이뤄진 결과라 할 수 있다. 38명이 사망하고 경제성장률을 0.3%나 떨어뜨리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얻은 소득인 셈이다.

1차 고비는 넘겼다고 하지만 아직 마음을 놓을 단계는 아니다. 국민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실제 접촉자 관리에 허점이 속속 드러나고, 방역대책도 곳곳에 구멍 투성이다. 당장 확진자 이씨가 어디서 어떻게 감염됐는지 그 경로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 보건당국은 쿠웨이트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정작 쿠웨이트 정부는 ‘우리는 아니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다. 그제서야 질병관리본부는 민간전문가를 포함한 역학조사관을 현지에 파견해 확진환자 접촉자의 건강상태를 점검하기로 했다. 한 발 늦은 대처다.

기내접촉자 외국인 가운데 4명의 소재가 아직 파악이 되지 않고 있는 것도 예사로 보아선 안된다. 이들은 격리 대상자는 아니지만 적어도 잠복기 동안 발열, 호흡기 증상 등 매일 건강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만에 하나 미파악 외국인 가운데 한 명이라도 감염이 됐다면 3년전의 악몽이 재연될 수도 있다.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확진자가 공항에서 병원으로 이동할 때 탔던 택시 이용 승객 28명도 닷새나 지나서야 전원 연락이 이뤄졌다.

크고 작은 혼선도 계속되고 있다. 보건당국은 이씨가 서울삼성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동할 때 공기가 밖으로 새지 않는 음압 구급차를 이용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는 일반 구급차였다고 한다. 서울시가 확진자가 감염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숨겼다고 보건당국과 서로 다른 내용을 발표한 것도 그 한 예다.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의하면 마지막 메르스환자에서 바이러스가 사라진 시점에서 최대 잠복기의 두 배가 지나야 ‘완전 종결’ 판정을 내리게 된다. 확진자 이씨가 아직 치료중이어서 종결까지는 상당히 더 시간이 필요하다. 3년전 사태의 반면교사로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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