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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고용참사는 성장통’…진단만하고 처방없는 청와대
최악의 고용지표를 접한 청와대와 여당의 반응이 놀랍다. 지금 한국의 고용시장은 20여년 전 IMF 외환위기 당시와 맞먹는 빙하기다. 12일 발표된 통계청의 고용통계는 20년만에 최고 이거나 최저 기록을 양산중이다. 게다가 악화일로다. 매달 더 나빠진다. 전년대비 20만명을 오르내리던 신규 취업자 증가 수는 ‘0’ 을 향해 수렴중이다. 7월에 5000명이고 8월에 3000명이다. 이제 곧 마이너스의 수치가 나오게 생겼다. 고용 시장이 쇼크를 넘어 재난, 참사로 표현되는 이유다.

이에대한 청와대와 여당의 반응과 현실인식은 천편일률적이다. 한술 더 떠 긍정적이기까지 하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구조조정 과정을 거쳐서 혁신을 해나가는 동안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고 영세기업도 자리를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전제했을 뿐이다. 윤호중 사무총장은 아예 대놓고 “통계를 면밀히 보면 고용의 규모는 늘지 않지만 고용의 질은 호전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시기만 넘기면 만사형통일 것이란 얘기다.

소득주도 성장은 사상 초유의 실험이다. 경험이 있을리 없다. 참고할 사례도 부족하다. 고통 이후의 결과가 꼭 좋게 나온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게다가 결과도 나오기 전에 부작용은 심각하다. 2년간 50조원 넘는 재정을 쏟아부었지만 효과는 없다. 그런데도 ‘옳은 길’이라는 생각에 한치의 흔들림도 없다. 도대체 어디서 그런 확신이 나오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 답은 청와대에서 나왔다. 김의겸 대변인은 “우리 경제의 체질이 바뀌면서 수반되는 통증”이라고 설명했다. 일종의 성장통이란 것이다. 더 좋은 세상으로 가기 위해 감내해야 할 일과성 진행과정이란 얘기다. “참고 기다려 달라”는데서 아예 한발짝 더 나가 이제는 “참고 견디라”는 투가 돼버렸다. 마치 진단만 하고 처방은 하지않는 의사와 같다. 환자는 너무도 고통스러워하는데 약은 주지도 않고 줄 생각도 없는 듯하다.

지난달 장하성 정책실장의 발언을 돌이켜보면 당연한 얘기다. 그는 “최근의 고용ㆍ가계소득 지표는 소득주도성장의 포기가 아니라 오히려 속도감 있게 추진하라고 역설하고 있다”고 했다. 성장통을 더 격하게 겪으면 고통은 더 빨리 지나갈 것이란 판단인 모양이다.

하지만 백신도 잘못 맞으면 홍역을 치른다. 성장통이 중병으로 악화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수많은 취업대기자와 사업실패자들로 실업자가 양산되는 부작용을 댓가로 한 체질 개선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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