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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 헤럴드디자인포럼] 최정화 설치미술가 “예술가든 디자이너든 하나…그래서 내 직업은 ‘최정화’다”

“예술가든 디자이너든 하나의 다면체입니다. 이쪽에서 보면 디자이너, 저쪽에서 보면 작가죠. 그래서 나를 소개할 때 내 직업은 ‘최정화’라고 합니다.”

최정화(58) 작가를 얘기할 때 우리는 그냥 ‘최정화’라고 부른다. 디자이너 출신의 설치미술가라는 게 공식 호칭이지만 그런 구차스런 설명이 필요없다. 생활 속에서 쉽고 재미있게 만날 수 있는 그의 작품들은 그런 구분을 넘어선 지 오래다. 그의 작업이 곧 그의 이름이다. ‘최정화’라는 이름 자체가 다른 어떤 수식보다 그를 쉽게 표현해주는 말이 된 것이다.

오는 15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리는 ‘2018 헤럴드디자인포럼’에서 연사로 나서는 최 작가는 ‘생생활활(生生活活)’을 주제로 특유의 생동넘치는 강연을 펼친다. 그는 “조경, 건축, 인테리어, 설치, 전시, 연출 모두를 연결해 작업하고 있는 내 세계를 그대로 보여줄 것”이라고 예고했다.

홍익대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인테리어, 디자인, 건축설계 분야 등 다방면에서 활동해온 그는 영화 ‘복수는 나의 것’,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모텔 선인장’, ‘301 302’ 등의 영화에서 미술감독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지난 3월 열린 평창 동계 패럴림픽에선 개ㆍ폐막식 미술감독으로 행사를 디자인했다. 1990년대 이후 한국 현대미술의 지평을 확장하고 국제무대에서 지역성과 보편성을 담아내는 작가로 평가받는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 국내 주요 미술관과 핀란드 키아스마 현대미술관, 이탈리아 로마 국립현대미술관(MAXXI) 등 해외 곳곳에 소장돼 있다.

그는 경계를 넘나드는 자신의 작업과 관련, “예술가나 디자이너는 다르지 않고 같다. 한 작가의 여러 인격이 아니라 그냥 하나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MMCA 현대차 시리즈 2018 : 최정화 - 꽃, 숲’ 전에 설치된 신작 ‘민들레’ [헤럴드DB]

그의 작품들은 이런 그의 예술관을 따른다. 플라스틱 바구니, 프라이팬, 빗자루, 돼지 저금통 등 하찮거나 쓸모 없어진 생활 속 물건들로 그는 예술적 의미를 가진 작품들을 만들어왔다. 대량 생산된 소비재를 작품 재료이자 모티브로 활용함으로써 고급 예술과 대중문화의 경계를 허물고 현시대의 모습과 방향, 상상과 이상을 담아내는 작업이다. 지난 5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진행되는 ‘MMCA 현대차 시리즈 2018 : 최정화 - 꽃, 숲’ 전시 역시 그런 연장선상이다.

미술관 앞마당에는 높이 9미터, 무게 3.8톤의 신작 ‘민들레’가 전시돼 있다. 쓰다 버린 양은 냄비, 프라이팬, 플라스틱 바구니, 그릇 7000개 등이 모여 민들레 형상을 이루고 있다. 그는 지난 3월부터 공공미술 프로젝트 ‘모이자 모으자’를 통해 각 가정에서 쓰임을 다한 생활용품을 수집해 작품 재료로 썼다.

최 작가는 이를 “‘성(聖)’과 ‘속(俗)’은 결국 하나”라는 말로 설명했다. 쓸모없는 플라스틱 소쿠리나 숭고한 예술 작품이 동전의 양면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건축가, 설치작가, 미술감독 등 분야를 넘나드는 그에게 예술은 먼 데 있지 않다.

그는 앞으로 젊은 작가들은 활동에 경계를 두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디자이너도 작가도 따로 존재하지 않고 영역과 상관없는 작업을 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앞으로 (트렌드가) 그렇게 갈 거예요. 투잡 쓰리잡 포잡 뛰어야죠. 하나만 하면 재미없지 않나요.”

이세진 기자/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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