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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미술 큰 장은 섰는데…주제 집중도는 아쉬워
광주비엔날레2018이 지난 6일 개막했다. 오는 11월 11일까지 이어지는 비엔날레는 명실상부 아시아 대표 현대미술전이다. 올해는 특히 11명의 다수 큐레이터가 참여, 43개국 165명의 작가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장소도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은 물론 아시아문화전당까지 확장, 역대 최대규모를 자랑한다. 사진은 큐레이터 클라라 킴이 디렉팅한 상상된 국가들 ‘모던 유토피아’ 섹션 전시전경 [사진=이한빛 기자/vicky@]
큐레이터 클라라 킴이 디렉팅한 상상된 국가들 ‘모던 유토피아’ 섹션 전시전경 [사진=이한빛 기자/vicky@]
광주비엔날레2018 르포
최대ㆍ최초ㆍ최고 규모 자랑…명실상부 아시아 대표 비엔날레
작품 관람엔 이틀 소요…5ㆍ18 담아낸 GB커미션 ‘화룡정점’


[헤럴드경제(광주)=이한빛 기자] 현대미술의 난장이 펼쳐졌다. 서울에서 광주, 부산, 창원까지 바야흐로 비엔날레의 시즌이다. 가장 이목이 집중되는 곳은 단연 광주다. 햇수로 23년, 아시아 최고 비엔날레로 꼽히는 것에 더해 올해는 43개국 165명 작가가 참여했다. 비엔날레 역사상 최대규모다. 사상 최초로 ‘다수 큐레이터제’를 도입, 11명의 큐레이터가 참여해 주제인 ‘상상된 경계들(Imagined Boders)’에 대해 풀어낸다. 전시장도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을 비롯 국립아시아문화전당으로 넓어졌고, 광주 역사성을 반영한 장소 특정적 프로젝트 ‘GB커미션’과 해외 유수 미술기관이 참여하는 위성프로젝트인 ‘파빌리온 프로젝트’도 펼쳐진다.

최대, 최초, 최고 규모를 자랑하는 광주비엔날레는 여러모로 아시아 대표 비엔날레로 손색이 없다. 다만 너무나 방대한 규모로 펼쳐지다보니 주제를 향한 선명성, 집중도가 떨어지는 부분은 아쉽다. 다수 큐레이터제의 한계로도 보인다.

베네딕트 앤더슨의 민족주의에 대한 저서인 ‘상상의 공동체(Imagined Communities)’에서 차용한 ‘상상된 경계들’은 지구촌 역사와 정치적 현상, 이주, 난민, 근대국가 건설 등의 문제를 전시장으로 소환한다. 각각의 큐레이터가 이슈를 하나씩 맡은 것이 아니라, 같은 주제를 놓고 각자의 전시를 기획하다 보니 동일한 문제의식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큐레이터 클라라 킴은 모더니즘 건축과 국가 건설에서 이같은 문제를 읽어내고, 그리티아 가위웡은 동남아시아의 지정학적 복합성에서 찾았다. 크리스틴Y. 킴과 리타 곤잘레스는 사이버공간에서, 정연심과 이완쿤은 동시대의 정치현실에서 같은 이슈를 이야기한다. 

셰자드 다우드의 ‘미래의 도시들’과 ‘아나키텍쳐’ 전시 전경 [사진=이한빛 기자/vicky@]
톰 니콜슨의 ‘나는 인도네시아에서 태어났다’, 2017 [사진=이한빛 기자/vicky@]
아키라 츠보이, ‘무주물’ 연작, 2018 [사진=이한빛 기자/vicky@]

일부 작품의 경우 비엔날레 전체 주제와 연관성ㆍ일관성이 떨어져 아쉬움을 남긴다. 나라 요시토모와 같은 대중에게도 친숙한 작가를 광주비엔날레서도 만날 수 있다는 건 반가운 일이지만, 그의 작업이 ‘상상된 경계들’과 어떤 직접적 연결고리가 있는지 그 맥락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개막전부터 관심을 모았던 ‘조선화’도 북한의 현대미술을 만날 수 있다는 건 분명 드물고 좋은 기회지만 주제 연관성을 놓고 생각하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그러나 보석같은 작품들도 상당하다. 아트바젤 발루아즈 예술상의 올해 수상자인 강서경은 김만석, 김성우, 백종옥 큐레이터가 디렉팅한 ‘생존의 기술: 집결하기, 지속하기, 변화하기’ 섹션에 ‘검은자리 꾀꼬리’라는 작품을 출품했다. 3채널 비디오인 이 영상은조선시대 궁중무인 춘앵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2미터 면적의 화문석에서 펼쳐지는 정중동의 춘앵무는 각 개인이 사회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맥락과 조건에 대해 이야기한다. 

크초, ‘잊어버리기 위하여’, 1995, 노 젓는 배와 2000여개의 맥주병 가변설치 [사진=이한빛 기자/vicky@]
마이크 넬슨, ‘거울의 울림’ (장소의 맹점, 다른 이를 위한 표식), 2018, 장소특정적 설치. GB커미션 작품으로 구 국군광주병원 내 교회에 설치 [사진=이한빛 기자/vicky@]
아시아문화전당 전시전경 [사진=이한빛 기자/vicky@]

구 국군광주병원 부지에서 펼쳐지는 GB커미션도 눈길을 끈다. 마이크 넬슨, 카데르 아티아,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이 참여한 전시는 5ㆍ18 광주민주화운동의 상처를 예술로 위로한다. 넬슨은 병원부지 내 교회에 병원에서 수집한 60여개의 거울을 모았다. 서로를 반사하며 깨진 유리창과 폐허로 변해버린 건물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인다. 장소가 가진 아우라를 극대화한 설치작업이다. 아티아와 위세라타쿤도 병원 내 설치작업으로 건물의 역사성과 비극을 최대로 끌어올린다.

이외 무각사 로터스갤러리에서 열리는 헬싱키 국제 아티스트프로그램, 광주시민회관의 팔레 드 도쿄, 이강하미술관의 핫 하우스(Hot House)에선 본전시와 독립되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파빌리온 프로젝트가 이어진다. 작품수도 절대적으로 많은데다 시간을 들여 집중해서 보아야하는 영상작품들이 많고, 전시장 이동에도 시간이 상당히 걸려 전체 전시를 하루에 다 관람하기는 쉽지 않다. 1박을 하면서 천천히 둘러보는 편이 좋겠다. 광주비엔날레는 11월 11일까지 이어진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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