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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수출 외끌이 성장이 견실하다는 韓銀, 믿을 수 있나
한국은행이 4일 ‘2분기 국민소득(잠정)’를 발표하며 ‘견실한 성장’이라고 본 것은 중앙은행의 경제분석 능력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6% 증가했다지만 이는 전분기 보다 0.4%포인트나 낮다. 내수와 투자는 그야말로 나락으로 떨어지며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설비투자(-5.7%) 건설투자(-2.1%)의 부진은 이미 예견된 바였지만 기업의 연구개발(R&D)과 밀접한 지식재산생산물투자(-0.7%)까지 3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가히 ‘투자 쇼크’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간과 정부의 소비는 모두 0.3% 증가에 그쳤다. 각각 1년 반, 3년반만에 최저 기록이다.

그 결과 상반기 성장률은 2.8%에 불과하다. 한은은 올들어 내내 3% 성장 전망을 고수하다 7월에 와서야 전망치를 2.9%로 낮췄다. 현실을 인정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이보다도 더 낮았다. 지금으로선 낮춘 목표조차 달성이 난망해 보인다.

하지만 한은의 분석은 낙관론 일색이다. 성장률 2.8%는 잠재성장률 수준의 ‘견실한 성장세’라고 했다. 설비투자 감소는 반도체 LCD 부문을 중심으로 한 ‘일시적인 조정’으로 봤다. 내수 부진은 1분기 평창올림픽의 ‘기저 효과’를 거론하며 피해갔다. 한마디로 별 걱정없는 ‘양호한 상태‘라는 것이다.

한은의 비관적인 분석이나 전망은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그걸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해도 너무했다. 현실적 문제점들은 아예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그건 회피다.

최근 발표되는 주요기관의 통계들은 인건비, 원자재 가격 등 비용이 일제히 치솟는 가운데 투자와 고용은 악화되고 소비까지 둔화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한은의 2분기 국민소득 통계는 한국 경제가 고비용ㆍ저성장의 늪에 빠져 들고 있다는 증거의 종합판이다.

게다가 추경을 비롯해 수십조원의 정부 지출 팽창만으로도 시중에 돈은 넘쳐난다. 단기 부동자금이 1100조원을 넘는다. 사상 최고임은 말할 것도 없다. 경기가 불안하니 기업을 믿지 못하는 돈은 증권시장 대신 부동산으로 흘러간다. 내외 금리차 확대로 인한 외자 유출 불안 문제는 제쳐놓고라도 넘치는 부동자금으로 부동산 투기까지 일어나는 마당에도 금통위가 금리를 동결한 건 경기불안때문이 아닌가.

그런데도 경고는 고사하고 불안감 조차 없이 낙관론만 내놓는 건 무책임하다. 자의건 타의건 그건 중앙은행의 신뢰성에 치명적 타격이다. 통계청의 황당한 해프닝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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