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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가상승→매물 회수→공급부족’...서울 집값 ‘불의 고리’ 형성
정부의 현장단속을 비웃듯 서울 아파트값이 30주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공급 부족으로 인한 불안심리로 매물 잠김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진은 합동단속반이 서울 잠실의 한 아파트단지 부동산 중개업소를 점검하는 동안 관계자가 블라인드를 내리는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자고 나면 오르자...”안 판다“
아파트값 30주만에 최대 상승
원순노믹스 기대심리 불 지펴
규제 강화시 품귀 더 심해질수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최근 서울 외곽지역에서 집을 알아보던 A씨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계약을 하기로 한 집이 하루 새 1000만원이 올라서다. A씨는 계약을 취소했지만, 일주일 뒤 해당 집값은 3000만원 가까이 오르는 것을 보고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A씨는 “특별한 개발 호재가 없는 지역까지 폭등하는 걸 보니 앞으로 내 집 마련은 더 어렵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정부의 현장단속을 비웃듯 서울 아파트값이 30주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하며 이상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사려는 수요와 거두는 집주인의 눈치작전도 치열하다. 전문가들은 펀더멘털보다 심리적인 요인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의 후속대책에도 상승장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24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37% 올라 지난 1월 마지막 주(0.38%) 이후 최대 오름폭을 기록했다. 강남권에서 시작된 과열 조짐은 서울 전역으로 확산 중이다. 강북구(0.34%)를 비롯해 중랑구(0.15%), 도봉구(0.15%), 관악구(0.21%) 등 외곽지역의 상승세가 꾸준하다.

거래량은 예년보다 줄었지만, 호가 상승은 여전하다. 실제 7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5852건으로 최근 5년 평균인 1만113건보다 42.1% 적다. 서울시의 여의도ㆍ용산 마스터플랜 발표에 이은 박원순 시장의 강북개발 선언이 잠잠했던 시장에 불을 지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양도세 중과 등으로 매물 품귀현상이 심해진 시장에 대규모 개발 계획에 따른 기대심리가 커지자 터무니없는 가격에도 사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정부의 후속규제로 그나마 있던 매물까지 사라지면 호가는 더 오를 수 있다”고 경계했다.


공급 부족은 집값 상승의 기저에 깔린 소재다. 올해 하반기엔 9600가구가 공급되고, 내년엔 1만8000여 가구의 입주가 예정돼 있다. 재건축ㆍ재개발로 인한 멸실가구의 증가와 꾸준한 수요는 공급물량의 체감도를 낮춘다. 분양가 규제로 당첨만 되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로또 청약’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최근 상승장은 펀더멘털이 아닌 심리가 끌어올리는 것”이라며 “금리 인상이 지연되고 가을 이사철이 도래하면서 매도자 우위의 매물 잠김현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집주인들의 변심에 실수요자들은 매수 적기를 잡기 어렵다. 배액을 상환하고 계약을 취소한 집주인이 늘면서 호가가 오르는 사례도 빈번하다. 서초구의 한 공인 관계자는 “최근 입주했거나 인기가 많은 아파트를 찾는 문의가 많아도 집주인들이 팔려고 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올해 입주한 서초동 래미안에스티지는 한 달 새 1억원이 올랐고, 삼성동 센트럴아이파크는 매물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조정기에 대한 전망도 분분하다. 이사철인 추석 이후까지 상승장이 이어질 것이란 의견이 많지만, 심리에 따른 현상으로 겨울까지 계속될 거란 목소리도 들린다.

용산구의 한 공인 관계자는 “불황으로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는 상황에서 부동산이 상승 가능성이 큰 유일한 투자처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새 아파트일수록 희소가치가 커 정부가 시장을 옥죈다고 하더라도 집값은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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