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이산상봉] 92세 어머니, 71세 아들 끌어안고 ‘소곤소곤’
 
 
 
-한결 가까워진 가족…예고된 이별에 아쉬움

-고령의 일부 상봉자 단체상봉 포기하기도





[헤럴드경제=금강산 공동취재단ㆍ신대원 기자] 금강산에 모인 남북 이산가족들은 상봉행사 이틀째인 21일 한결 친밀해진 모습을 보였다.

전날 단체상봉과 만찬에 이어 이날 오전 개별상봉과 도시락점심까지 함께 한 남북의 가족들은 이날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다섯 번째 만남인 단체상봉을 가졌다.

대부분 남북 가족이 떨어진 채 마주보고 앉았던 전날과 달리 이날 남북의 가족들은 자연스럽게 섞여 앉아 담소를 이어갔다.

서로 조심스럽게 주고받던 존댓말은 어느새 나이와 항렬에 따른 반말과 존댓말로 교통정리됐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둘째날인 21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이금섬(92)할머니와 북측의 아들 리상철(71)이 손을 잡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pool사진]


북측 가족들의 표정과 움직임도 훨씬 자연스러워졌다.

첫 상봉 때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던 이금섬(92) 할머니는 아들 리상철(71) 씨의 목을 끌어안고 귀에 대고 소곤소곤 이야기를 이어갔다. 리 씨도 70여년만에 만난 어머니의 손을 꼭 붙잡은 채 연신 손등을 쓰다듬었다.

남동생을 만나 차제근(84) 할아버지는 북측의 동생 차제훈(76) 씨와 농담도 주고받을 만큼 여유를 찾았다.

차 할아버지가 음료수를 들고 “건배”라고 외치자 동생은 “아니, 여기 왔으면 조선말을 써야지, 축배”라면서 “여기 와서는 내말을 들어야지”라고 웃음과 함께 다시 건배를 제안했고, 형은 “축배”라며 동생의 말을 따랐다.

동반가족으로 금강산에 함께 온 남측 차성태 씨와 북측의 차성일 씨 사촌형제도 서로 형ㆍ동생해가며 한결 가까워졌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이별을 아쉬워하는 가족들도 있었다.
김혜자(75) 할머니는 먼저 상봉장에 자리한 남동생 김은하 씨를 보자마자 웃음과 함께 “벌써 와있었네”라며 반가움을 표시하면서도 “볼 시간도 얼마 안 남았네”라고 아쉬워했다. 동생은 “내일 아침이 또 있지 않습니까”라고 위로할 뿐이었다.

그러나 김 할머니가 다시 “내가 서울에서 ‘은하야’하고 부를께”라고 말하자 동생은 “그럼 제가 ‘네’ 할께요”라고 응수하는 등 살가운 농담도 주고받았다.

단체상봉에 나서지 못한 가족들도 있어 안타까움도 자아냈다.

강화자(90) 할머니는 이날 오전 개별상봉과 도시락점심까지는 북측 가족들과 함께 했지만 오후 들어 컨디션이 좋지 않아 단체상봉을 포기했고 연락을 받은 북측 가족들도 상봉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신대원 기자 / shindw@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