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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BMW 화재사건 수습, 이제부터가 시작
“차에 소화기 하나 구비해 둘까봐요.”

하루가 머다하고 BMW 차량의 화재 소식이 들리던 무렵, 오랜만에 만난 기자의 지인은 농담처럼 이런 말을 했다.

리콜 대상에 오른 BMW 320d의 차주였던 그는 “리콜이 시작되면 사태가 좀 진정되지 않겠느냐”면서도 “리콜을 기다리다가, 혹은 리콜을 받고도 불이 나는 일이 벌어질까봐 무섭다”며 소화기 얘기를 꺼냈다. 잇따른 차량 화재에 대한 후속 조치로 BMW그룹 코리아가 20일 대규모 리콜을 개시했다. 종전에 BMW코리아가 자체적으로 화재의 원인이라 지목한 EGR(배기가스 재순환 장치) 쿨러와 밸브를 교체하고, EGR파이프를 청소하는 것이 골자다.

수입차 리콜 사상 최대치인 42종 10만6317대 규모의 이번 리콜을 통해 BMW코리아는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불식시키고 다시금 신뢰를 되찾겠다는 목표다. 통상 2년 안팎이 소요되는 리콜 기간도 연내 완료로 앞당기겠다는 각오로 항공편을 이용해 독일 본사에서 관련 부품을 공수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번 리콜이 BMW 차량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라 보고 있다. 리콜을 통해 더 이상의 화재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사태도 진정세에 접어들고 소비자들의 신뢰 회복도 도모할 수 있겠지만, 혹시라도 문제가 반복될 시 리콜 자체는 물론 BMW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가 땅에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쉽게도 차주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리콜에 대한 불만이 흘러나오고 있다. 연내에 리콜을 완료하겠다는 BMW코리아의 목표와 달리 오너 커뮤니티 등지에선 내년 2월께 리콜 예약이 가능하단 안내를 받았다는 차주들이 줄을 잇고 있다. 또 일부 차주들은 당초 서비스센터에 예약했던 리콜 날짜가 짧게는 수주, 길게는 수개월이 미뤄졌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BMW코리아 관계자는 “사안이 사안인 만큼 가능한 연내에 리콜을 완료하겠단 각오지만, 지역별, 엔진 형식별로 부품 수급 일정에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하루 1만대 가량 진행이 가능한 안전진단과 달리 부품을 교체해야 하는 리콜의 경우엔 일일 최대 1400대 정도 가능할 것이라 보고 있다. 올해 안에 리콜을 완료하겠단 목표는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워 보이는 이유다.

문제는 리콜 기간이 길어질수록 차주들의 고통이 커진다는 것이다. 안전진단에서 ‘이상이 없다’고 판정된 차량에서 화재 사건 및 연기가 발생한 사례가 있는 만큼 부품을 완전히 교체하지 않는 한 안심할 수 없다. 기자 지인의 농담이 마냥 실없는 얘기가 아닌 이유다. 실제 지난 4일에는 안전진단을 받은 2014년식 520d 차량이 전남 목포시 옥암동에서 도로를 주행하다 화재가 났고, 16일에는 서울 광진구 자양동 내 아파트 주차장에서 2014년식 GT 30d xDrive 차량의 엔진룸이 연기에 휩싸였다. 해당 차량도 안전진단에서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BMW코리아는 두 건 모두 정비 작업자의 단순 실수라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이 일로 안전진단의 신뢰도와 더불어 BMW코리아가 자체 조사를 통해 밝힌 화재 원인에까지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사람의 손으로 하는 일이니 실수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실수가 여러 번 반복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쉽사리 가실줄 모르는 소비자들의 불안감과 짙은 불신을 거두기 위해서라도 신속하면서도 정확한 리콜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BMW가 화재 원인을 축소시켰다는 세간의 의혹도 해소될 수 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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