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들로 위원장 “결과 누가 알겠나?”
中 차관급 파견…‘간보기용’ 분석
美선 중국산 관세부과 공청회 준비
증시·유가 반등…시장 일단 환호

미국과 중국이 이달 22~23일 미국에서 무역협상을 재개한다. 상호 고율 관세를 주고 받으며 교착상태에 빠진 지 2개월 여 만이다.

대화 재개 소식에 증시와 유가가 반등하는 등 시장은 반색했다. 하지만 이번 협상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에 제동을 걸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회담이 차관급으로 강등된데다 미국이 강경 입장을 견지하면서 이번 협상에서 돌파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고 경제참모인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16일(현지시간) 이달 말 워싱턴에서 미중 무역협상을 재개한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결과에 대해서는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커들로 위원장은 이날 미 CNBC 인터뷰에서 “우리는 중국과 한동안 무역협상을 하지 않았다. (결과에 대해) 누가 알겠느냐”면서 “때로는 협상이 기대했던 것보다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좋은 ‘딜(거래)’을 확실히 하기 위한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제거하고 지적재산권 도용 및 기술이전 강요 등을 멈추기 위한 싸움을 계속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인함과 의지를 중국정부가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커들로의 이같은 발언은 중국과의 협상 결과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이번 대화가 차관급에서 이뤄진다는 점도 기대감을 낮추는 요인이다.

중국측 협상 대표는 왕서우원(王受文) 상무부 부부장(차관)이 맡았다. 왕 부부장의 카운터파트는 데이비드 말파스 미국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이다. 말파스 차관은 대중 강경파로 알려진다.

지난 3차례의 무역 협상은 류허(劉鶴) 국무원 부총리,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등 장관급에서 이뤄졌었다.

다음 협상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최측근인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이 나서 무역갈등을 진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었다. 하지만 이번에 오히려 급이 강등되면서 중국 측의 우려가 원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3차례의 협상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관세 폭격을 멈추지 못하자 이번에는 급을 낮춰 ‘간보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체면을 지키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평가도 있다.

또 지난 협상 후 승리를 자평했던 것과 달리 중국은 이번에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측 협상팀과 결과를 도출해낸다 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동의를 얻지 못해 번복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편 미중 협상이 재개될 예정인 가운데 한쪽에서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2000억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 시행을 위한 공청회를 준비 중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관세 규모를 10%에서 25%로 높여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이번 협상이 시간 낭비라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고, 유럽연합(EU)·멕시코와의 협상에서 긍정적 성과를 내면서 미국이 강하게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편 무역협상 재개 소식에 투자심리가 개선되면서 다우지수는 16일 4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하고 국제 유가도 반등에 성공했다.

한희라 기자/hanir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