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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쟁의 아픔’ 머문 자리…예술로 위로를 더하다
김명범, 플레이그라운드 제로, 탄약고 오른쪽
DMZ평화정거장사업 창작전시 개막
옛 미군 주둔기지, 미술관으로 변신
포탄 저장했던 탄약고가 놀이터로…
장교 숙소엔 앳띤 北소년병 모습도

김명범·박찬경 등 작가 10명 17점 전시
“장소에 초점…분단아픔, 예술로 승화”


서울에서 차로 1시간 남짓 거리. 경기도 파주시 캠프 그리브스는 DMZ(비무장지대) 남방한계선에서 불과 2km 떨어져있다.

한국전쟁 이후 2004년까지 50여년간 미군이 주둔하던 이곳은 이제 평화, 생태, 문화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미군시설이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어, 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지로도 활용됐다.

전쟁의 그림자가 짙은 이곳이 예술가의 손길로 재탄생한다.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사장 이선명)은 11일부터 ‘캠프 그리브스 DMZ평화정거장 사업’의 주 행사인 예술창작전시를 개막한다. 탄약고 프로젝트, 정비고 프로젝트, 미디어 프로젝트와 DMZ평화정원으로 구성된 전시엔 총 10명(팀)의 작가가 17개 작품이 나온다.

포탄과 탄약을 저장했던 탄약고엔 사슴과 미끄럼틀이 점령했다. 김명범 작가의 ‘놀이터’ 시리즈다. 김작가는 미끄럼틀을 한쪽 벽에 가까이 설치해 남쪽으로 혹은 북쪽으로만 내려갈 수 있게 했다. 거대한 나뭇가지처럼 울창한 뿔을 자랑하는 사슴은 이곳이 한반도의 옛 미군기지가 아닌 비현실적 공간 혹은 환상 공간으로 탈바꿈 시킨다. 

박찬경, 소년병, 2017, 상영시간 16분 9초, 디지털 이미지로 전환한 35미리 필름사진 연속상영, HD video
그런가하면 장교들의 숙소로 사용됐던 퀸셋막사엔 박찬경 작가의 ‘소년병’이 상영된다. 약간은 큰 인민복을 입은 북한 소년병이 책을 읽고, 노래를 읊조리다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느린 화면으로 반복된다. 막연하면서도 공고한 북한 이미지가 서정적이면서도 여리게 다가온다. 

인세인박, ISM! ISM! ISM!, 2018, 철 구조물에 네온, 384×200×210cm
캠프그리브스 입구엔 ‘ISM! ISM! ISM!’이라는 네온 설치조각이 자리잡았다. 인세인박 작가의 작업이다. 한국전쟁과 DMZ를 만들어낸 이데올로기 즉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대립이라는 과거의 산물을 ‘잊음’할 때가 됐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ISM’과 ‘잊음’을 병치해 새로운 시대를 위해선 ‘떠나보내야 할 유물’임을 강조한다. 

박성준 작가의 ‘YOUR FLAMEⅡ’은 인터렉티브 작업이다. 다양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가득한 공간에 관람객이 지나가면 갑자기 전쟁 한복판으로 변한다. 이라크전쟁의 어둠 속 총격 장면이 상영되는 가운데 포탄소리가 귀를 찢을듯 자극한다. 캠프그리브스가 존재하는 이유가 한국전쟁 때문임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시리얼타임즈의 ‘117kb’는 DMZ의 골치거리인 지뢰를 상기시킨다. 윈도우에 기본 게임으로 깔려있는 ‘지뢰찾기’를 관람객이 마우스가 돼 시행한다. 특정 지점에서 설치된 센서를 건드리면 실제 지뢰 이미지가 폭파되면서 폭파 이후 생기는 이명소리가 막사를 가득 채운다.

전시를 기획한 이은경 ‘캠프 그리브스 DMZ 평화정거장’ 예술총감독은 “장소성에 초점을 두고 기획했다”면서도 ”예측하지 못하는 반전을 이루는 컨셉“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DMZ를 문화예술공간으로 바꾸기 위해 올해 첫 추진되는 만큼 분단의 아픔을 예술로 승화시키려 했다. 미래지향적 공간으로 가족단위 관람객이 올 수 있는 문화공간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명범, 박찬경, 정문경, 정보경은 초청을 통해, 강현악, 박성준, 시리얼타임즈(강민준, 김민경, 송천주), 인세인박, 장영원, 장용선 등은 공모를 통해 선정됐다. 전시는 내년 7월 31일까지 이어진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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