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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일회용컵 단속, 모호한 가이드라인이 만든 촌극

  • 기사입력 2018-08-13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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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커피전문점.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이 금지돼 있지만 다수의 손님들이 플라스틱 일회용컵에 커피를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플라스틱 일회용컵 퇴출 바람이 불고 있다. 일회용컵은 우리 생활에 극적인 편리함을 줬지만,  이제 최악의 환경파괴범으로 몰렸다.

일회용컵이야 죄가 없다. 사람이 편하고자 만들었고 쓰다보니 너무 편해 계속 썼을 뿐이다. 하지만 이 치명적인 편리함으로 인해 대한민국은 플라스틱 사용량 세계 3위(2015년 유럽플라스틱제조자협회 기준)라는 오명을 얻게 됐다.

13일은 정부가 일회용컵 규제를 시작한 지 보름께 되는 날이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 지구를 구하자’는 취지에는 누구나 공감을 한다. 문제는 규제 기준이다. 환경부는 애초에 7월, 한 달간의 계도기간에도 명확한 기준을 고지하지 않았다. 단속을 예고한 지난 1일이 되자, 부랴부랴 긴급 간담회를 열고 규제 기준을 발표했다.

환경부는 기준은 다음과 같다. ▷다회용 컵을 매장에 적정하게 비치하고 있는지 ▷직원이 규정을 고지하고 테이크아웃 의사를 확인했는지 ▷고객이 테이크아웃 의사를 밝혔는지 여부 등이 포함됐다. 사진 제보를 통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일명 ‘컵파라치 제도’는 제외했다. 대신 지자체 담당자가 현장에서 질의응답을 통해 적발하도록 했다.

하지만 현장은 혼란스럽다. 몇 가지 문제 때문이다. 크게 ▷가이드 라인의 불확실성 ▷꼼수 금지 방안이 부족한 점 ▷지자체 자율에 따른 단속 불균형 ▷소비자 책임 부재 등이 꼽힌다.

가이드라인 내용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은 가장 큰 문제다. 환경부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 점검 원칙에 ‘적정량의 다회용 컵 비치 여부 확인’이라는 점을 내세웠지만, ‘적정량’이라는 모호한 기준은 누구도 이해시키지 못하고 있다. 애초에 매장 규모나 좌석 수 대비 다회용 컵 비율 등의 구체적인 수치를 마련했어야 했다. ‘매장 규모에 비해 너무 적은 수량의 다회용 컵이 비치된 경우 규정 준수 의사가 미흡한 것으로 추정한다’는 모호한 항목은 단속 과정에서 지자체와 사업주 간 공방을 부를 가능성이 크다.

꼼수를 막을 방안도 부족하다. 매장 안에 머물 소비자에게 차가운 음료를 일회용 플라스틱 컵 대신 일회용 종이컵에 담아 주는 경우는 과태료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 법적으로 매장 내 일회용 종이컵 사용은 허용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취재를 위해 서울 합정동의 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을 둘러본 결과, 배수대에 앞에서는 알바생이 허리필 틈 없이 설거지를 하고 있었고 종이컵에 아이스음료가 줄줄이 제공되는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단속을 피하기 위한, 눈가리기일 뿐 또 다른 일회용컵 소비가 늘어나는 촌극이 펼쳐진 셈이다.

또 소비자가 ‘잠깐만 있다 나갈 것’이라며 일회용컵을 요구하다가 적발될 수 있는 점은 사업주들에게 가장 큰 불만으로 꼽힌다. 소비자 인식개선이나 페널티 방안은 없이 과태료 부과에만 혈안이 돼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모바일 주문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에도 허점이 생긴다. 스타벅스의 모바일 주문결제 시스템인 ‘사이렌오더’의 경우, 이용자가 ‘일회용컵’을 선택하면, 별도의 확인 절차 없이 픽업대에서 음료를 수령할 수 있다. 소비자 양심에만 맡겨서는 될 일이 아닌듯 하다.

지자체의 자율적인 단속도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환경부는 단속 담당 인원과 하루에 몇 곳을 몇 시간 동안 단속해야 하는지 등은 지자체 자율에 맡기기로 했는데, 이로인해 지역ㆍ상권에 따라 엄격한 단속을 당하거나 반대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사업주 간 갈등이 일어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 

사업주 위주의 규제 역시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일회용컵 퇴출을 향한 빠르고 확실한 변화를 위해서는 소비자에게도 적절한 페널티를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잖다.

지구를 위해 플라스틱을 쓰지 말자는 고고한 메시지만으로는 결코 지구를 구하기 어렵다.  환경 파괴가 초래된 현 상황을 볼 때  플라스틱 사용 선택권을 양심에만 맡기는 것은 효과가 없다는 게 입증됐다.    

사람들은 전면적으로 양심적이거나, 이기적이지도 않다. 그러므로 이 두 성향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는 더 적극적인 규제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정부가 먼저 해야할 일은 명확하고 섬세한 가이드라인을 완성하는 일이다.  

summ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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