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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긴즈버그와 대법원

  • 기사입력 2018-07-3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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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 대법원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최근 ‘90세까지는 대법원에 남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현재 85세다. 최소한 앞으로 5년간 더 재직하겠다는 얘기다. 6년의 임기가 정해진 우리나라 대법관과 달리 미 연방 대법원 대법관은 따로 임기가 없다. 종신직이어서 건강 문제가 생기거나, 스스로 은퇴하지 않는 이상 직을 이어간다. 따라서 미국에서 대법관 한 명이 바뀌는 일은 아주 큰 뉴스거리가 된다. 대법관이 오래 재직하기 때문에, 선례가 되는 판결이 바뀌는 주기도 길고, 법적 안정성이 확보된다.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여성 대법관인 긴즈버그는 2015년 우리나라 대법원의 초청으로 방한한 적이 있다. 김소영 대법관과 간담회 형식의 강연을 했는데, 거기서 ‘우리나라 대법원은 이렇게 사건이 많은데, 미국 대법원은 어떠냐’는 질문이 나왔다. 1년에 4만여 건의 사건을 처리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 연방대법원은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소수의 사건을 선별해 선고한다. 질문자도, 답하는 이도 이것을 모를리 없는데, 다분히 의도가 있는 질문이었다. 긴즈버그가 방한한 2015년 8월은 대법원이 ‘상고법원’ 도입을 강력하게 추진할 때였다. 상고법원은 대법관들의 사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별도로 마련되는 3심 법원이다. 대법원이 긴즈버그의 입을 통해서 듣고 싶었던 답은 ‘미국 대법원은 한국처럼 사건을 많이 처리하지 않는다’였을 것이다.
하지만 긴즈버그 대법관은 “한국에는 헌법재판소가 있기 때문에 미국과 비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질문자의 의도를 명확히 파악한 답변이었다. 우리 법원이 관록의 미 연방 대법관을 상대로 일종의 유도심문을 하려다 실패한 멋쩍은 장면이기도 했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공식일정 외에 우리나라 성 소수자들을 만나 격려했다. 그가 방한한 때는 미국 전역에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는 판결을 내린 직후였다. 그는 미 연방 대법관 가운데 처음으로 동성 결혼식 주례를 선 인물이기도 하다. 긴즈버그는 ‘국내 커밍아웃 1호’ 홍석천 씨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만든 요리를 주문해 성 소수자들과 함께 나눴다. 미국에서 건너온 긴즈버그는 우리나라 소수자들을 향해 “역사는 올바른 길로 가고 있고, 인권은 시기의 문제이니 용기와 변화에 대한 믿음을 잃지 말라”고 했다.

8월 1일에는 고영한·김창석·김신 대법관이 임기 만료로 퇴임한다. 3인의 대법관은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시기 임명됐다. 대통령이 바뀌면 대법관도 물갈이 되고, 그동안 늦춰졌던 사건들이 잇따라 선고되기도 한다. 누가 대통령에 되느냐에 따라 대법원장이, 대법관이 한꺼번에 맞춤형으로 바뀌고 대법원 판결도 함께 움직인다. 좋게 말하면 역동적이고, 나쁘게 보면 예측 가능성이 없다.
긴즈버그는 1993년부터 25년간 대법관으로 재직했다. 임명권자인 빌 클린턴은 이미 역사 뒤로 물러난 지 오래지만, 그는 여전히 대법관이다. 대법원이 판결을 통해 사실상 입법에 가까운 정책결정을 하는 ‘사법적극주의’ 사례는 미국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렇게 오래 재임하는데도 거기서는 우리나라처럼 ‘재판거래 의혹’ 같은 게 없다.

미국은 재임 중 어떤 중요한 판결을 내렸느냐가 업적으로 남는다. 대법관들은 판결을 할 뿐이고, 행정조직을 통해 국회에 입법로비를 하지 않는다. 대법원장이 마음에 드는 판사를 골라 대법관을 시키는 제도도 없다.
반면 우리나라는 법원 구조나, 재판과 관련된 제도를 손본 것을 대법원의 업적으로 친다. 대법원장은 3000여 명에 달하는 판사 인사권을 쥐고 있고, 대법관 지명권도 가진다. 대법관 회의는 사법행정에 관련된 규칙을 제정하는 역할도 맡는다. 

2011년 퇴임한 이용훈 전 대법원장은 검찰 조서에서 벗어나 법원이 주도적으로 형사 재판을 하는 ‘공판중심주의’를 안착시켰고, 전자소송을 도입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후임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고위직 판사가 퇴임하지 않고 법원에서 정년을 채우는 ‘평생법관제’와 함께 상고법원을 무리하게 도입하려다 법원 전체에 회복이 어려운 치명상을 남겼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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