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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섬진강을 만나러 갔다가 빛의 상형문자를 만나다
BWL_3-1~4 Luminescence, Here and There BWL_3-1~4 모양으로 흔적을 남기네, 2017, Archival Pigment Print, 80x120cmx4.
사진가 이창수 개인전, 학고재서 8월 12일까지


아직 해도 뜨기전인 이른 새벽에, 해가 좋은 낮에 그리고 어스름이 깔리는 황혼에 작가는 카메라를 들쳐매고 강으로 갔다. 그렇게 강물을 찍었는데, 결과물은 빛이 담겼다. 조용히 온 세상을 쓰다듬는 빛의 존재가 물을 만나 확연히 드러났다. 사진가 이창수(58)의 개인전 ‘이 그 빛’에선 섬진강물에 자신의 존재를 들켜버린 빛이 주인공이다.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갤러리는 사진가 이창수의 개인전 ‘이 그 빛’을 개최한다. 지리산을 주제로 삼았던 전시 ‘움직이는 산, 지리’(2008ㆍ학고재갤러리)와 ‘숨을 듣다’(2009ㆍ성곡미술관)이후 세 번째다. 작가가 2000년 지리산으로 거처를 옮긴 뒤 지리산 섬진강을 주제로 세 번 전시를 연다고 했으니 이번이 마지막 전시다.

강물을 찍은 사진이라는 걸 알지만 결이 고운 추상화같다. 빛에 반짝이는 강물을 담았더니 빛만 남아서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회화가 물감을 쌓아올려 덧칠하는 것이라면, 사진은 덜어내는 작업”이라고 했다. 뷰파인더 안의 특정 대상에 포커스를 맞추지 않고, 보이는 그대로를 담아냈다. “물의 결에서 빛이 넘실대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물을 떠나지 않은 빛, 빛을 떠나지 않은 물, 흐르고 떠돌고 노니는 빛을 담았다”는 작가는 “더욱더 본질로 들어가는 작업들”이라고 설명했다.

BL_9 Lumine scence, Here and There BL_9 밝은 빛 자리하고, 2016, Archival Pigment Print, 100x150cm
[학고재갤러리]

지난 2014년 원경의 히말라야 산맥을 바라보던 시각은 극도의 근경으로 돌아왔다. 거시와 미시의 극단을 오가나 대상의 본질을 살핀다는 건 같은맥락이다. “아주 가까이서 세밀한 흔적을 찍으니 오히려 넓게 바라봤던 것보다 훨씬 더 깊고 넓어졌다. 사진을 본사람들은 ‘우주’가 떠오른다고 한다”

섬진강 수면을 근접으로 촬영한 사진 33점은 작가가 지은 짧은 글귀와 함께 전시됐다. ‘노니는 이 그 빛’으로 시작하는 글은 ‘쉼 없는 시간’ ‘빛줄기로 밝히니’ ‘물은 흐르고 빛은 날으네’ ‘밝은 강 건너가세’로 이어진다. ‘방금 있다가 지금 없는’ 빛을 글로 좇는다. 흥미로운건 짧은 글들이 작품감상에 제한으로 작용하기보다 발판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한편의 시를 이미지로 읽는 기분이다.

서울에서 태어난 작가는 중앙대 사진학과를 졸업후 16년간 뿌리깊은나무, 국민일보, 월간중앙에서 사진기자로 활동했다. 2000년 지리산으로 거처를 옮긴 뒤 늘 바라던 녹차농사를 지으며 사진작업에 몰두했다. 주요 개인전은 2008년 학고재갤러리, 2009년 성곡미술관, 2014년 예술의 전당 ‘히말라야 14좌 사진전 - 이창수ㆍ영원한 찰나’를 개최했다. 한미사진미술관 등 기관에서 다수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전시는 8월 12일까지 이어진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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