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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은 제주로…’ ‘사람은 서울로…’ 과학적으로 입증한 역작…
‘말은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속담이 있다. 사람은 넓고 큰 곳에서 자라야 출세할 기회가 많다는 말이다. 경험칙이지만 이를 증명해낸 이론물리학자가 있다. 복잡계 과학의 대부인 세계적인 석학 제프리 웨스트는 ‘스케일(scale)’이란 렌즈를 통해 왜 도시는 점점 커지는지를 들여다봤다.

그에 따르면, 도시의 인구가 늘어나면 그 도시의 창조적 역량은 인구증가 속도보다 빠르게 증가한다. 창조적 역량은 개인의 합이 아닌 개인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생겨나기 때문이다. 도시가 커질수록 범죄율, 오염, 환경파괴도 빠르게 늘어나지만 개인의 성장의 기회와 창조적 영감, 이를 실행할 인프라 또한 인구증가 속도보다 빠르게 늘어나는 것이다. 그는 이런 규모의 특성이 기업과 식물, 동물, 우리 몸, 심지어 종양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는 점을 찾아낸다. 거기에는 단순한 규칙성이 있다.

예를 들어, 코끼리는 쥐보다 1만배 더 무겁다. 따라서 세포수가 약 1만배 더 많음에도 코끼리가 쥐보다 대사율, 즉 살아가는데 필요한 에너지의 양은 고작 1000배 더 높을 뿐이다. 코끼리의 세포는 쥐의 세포보다 에너지를 약 10분의 1 만큼만 쓰면서 활동한다는 뜻이다. 그에 따라 대사 과정에 따른 세포 손상률도 줄어든다. 이는 코끼리 수명이 더 긴 이유이며 노화와 사망을 이해하는 기본틀을 보여준다. 고전적인 선형적 사고방식에 따르면, 어떤 동물의 몸집이 다른 동물의 두 배라면 대사율도 두 배일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선형적인 스케일링 법칙에 따르면 대사율은 2배가 아니라 약 75퍼센트만 증가한다. 크기가 두 배가 늘 때마다 25퍼센트가 절약되는 것이다.

이 대사율의 법칙은 포유류, 조류, 어류, 세균, 식물, 세포까지 모든 생물에 해당된다. 놀라운 건 성장률을 비롯, 심장박동수, 진화속도, 유전체 길이, 미토콘드리아 밀도, 뇌의 회색질, 수명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리학적인 양과 생활사의 사건에 들어맞는다는 점이다. 규모의 경제는 여기에 바탕한다.

1만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도시의 경우에도 스케일의 법칙이 작동한다. 한 나라에서 어떤 도시가 다른 도시보다 2배 크다면, 임금, 부, 특허건수, 강력 범죄 건수, 교육기관의 수는 약 15퍼센트 증가한다. 이는 생물과 마찬가지로 도시의 기본적인 일반 원리가 있다는 걸 보여준다.

노화와 죽음, 수명에도 이 스케일의 법칙은 작동한다. 복잡계, 프랙털 등의 친절한 설명을 곁들여 세상의 작동원리를 마법의 수로 풀어나가는 이야기는 점점 빨라지는 세상의 속도에 대한 이해에도 도움을 준다. 

이윤미 기자/me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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