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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치덩이? 기술집합체?…수리온을 보는 ‘두눈’

‘1조3000억원짜리 골치덩이’ vs ‘최초 국산 전력 헬기’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해병대에 인도된지 불과 반년만에 개조된 수리온인 ‘마린온’이 추락해 5명이 목숨을 잃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수리온에 대한 시각이 싸늘하게 식고 있다. 수리온은 개발비만 1조원3000억원이 투하된 한국형 기동헬기로, 그간 체계결빙·방산비리·기체손상 등 적지 않은 논란에 휩싸였던 기체다.

지난 17일 오후 추락한 헬기는 ‘마린온(MARINEON)’ 2호기로 파악됐다. 마린온은 해병대를 뜻하는 ‘마린(MARINE)’과 ‘수리온(SURION)’을 합성한 이름이다. 육상 헬기를 해병대에서 사용키 위해 기체에 방염장치를 했고, 연료탱크를 크게 만들어 장거리 운용에 적합토록 개조한 것이 ‘마린온’이다.

사고 현장은 참혹했다. 형체를 알아볼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을만큼 헬기 동체가 전소됐다. 사고 장면 역시 비상식적이다. 마린온의 높이는 약 4.5미터 가량인데, 이 기체가 10미터 가량을 떠오른 이후 고속으로 돌아가던 프로펠러(로터리)가 떨어져 나가는 치명적인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탑승인원 6명 중 5명이 사망했고, 1명은 중상을 입었다.

‘마린온’ 개발사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다. 이 헬기는 지난 2013년 처음 개발에 착수했고, 2016년 1월 개발 완료를 선언했다. 현재는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동남아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6월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방한했을 당시 수리온 수출을 염두에 두고 정부가 수리온을 직접 두테르테 대통령 앞에 전시하는 행사를 갖기도 했다.


수리온과 관련된 사고는 그간 끊이지 않았다. 지난 2015년말에는 육군항공학교에서 불시착 사고가 있었다. 2016년에는 일부 기체가 갈라지는 증상이 확인됐다고 메인기어박스 결함도 발견됐다. 결빙성능검사에서 기체에 얼음이 엉겨붙는 것이 확인돼 양산 중단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감사원은 수리온은 결빙 성능 엔진 형식 인증 미비 등을 문제 삼으면서 비행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때문에 결국 ‘올 것이 온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수리온 문제의 근본 원인에 대해 ‘무리한 개발 일정’이라 보는 시각도 있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수리온은 개발 기간이 너무 짧았다. 개조, 개발하는 데도 기간이 너무 짧았다”며 “군과 방위사업청에서 수리온 개발을 빨리 진행하고 싶어하는 특성 때문에 너무 빠르게 진행을 하다 보니 사고가 결국 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사무국장에 따르면 수리온의 동체는 유럽에서 설계도를 가져왔고, 여기에 미국계 헬기 엔진을 얹어 조립한 기체다. 헬기 엔진 성능을 향상시키다보니 동체가 이를 버티지 못해 기체가 갈라지는 사고가 있었고, ‘높은 수준’을 강조하다 보니 각종 시험에서 떨어지는 등 여러 문제가 생긴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리온 개발자들이 가장 어려워했던 부분이 바로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완성 헬기 기체를 만든 뒤 시험에만 5~6년씩 걸리는 게 대부분 해외 사례”라고 말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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