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책 점점 작아지는데 큰 책을 내는 이유
김언호 한길사 대표는 “디지털에 함몰되면 깊은 사유가 불가능한데, 디지털로는 구현이 불가능한 아날로그 책을 통해 책의 정신을 살려내는 운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5.5kg, 가로 28.5 cm, 세로 42.3cm.

한길사가 펴낸 19세기 판화작가 귀스타브 도레의 성서 그림 241점을 담은 ‘귀스타브 도레의 판화성서 THE HOLY BIBLE’의 책 크기다. 국내에서 책으로 만들 수 있는 최대 사이즈다. 손에 잡히는 작고 가벼워지는 핸드북, 문고판이 대세인 추세에서 보면 거꾸로 가는 셈이다.

‘귀스타브 도레의 판화성서’는 한길사와 한길책박물관이 세계문화사에 빛나는 아름다운 책을 다시 펴내자는 뜻에서 기획한 ‘큰 책시리즈’의 첫 책으로, 도레의 생동감 넘치는 선과 세밀한 판각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김언호 한길사 대표는 17일 책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아날로그의 아름다운 물성, 미학을 이런 책을 통해 보여드리고 싶다”며, “디지털이 따라오지 못하는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귀스타브 도레(1832~1883)는 19세기 유럽에서 가장 인기있는 판화가이자 책삽화가였다.

인쇄술의 발달로 책이 빠르게 보급되던 시기, 삽화는 대중의 이해를 돕기 위해 보조적 수단으로 대부분의 책에 들어갔다. 특히 도레의 삽화는 탁월한 표현력으로 대중의 인기가 대단했다. 그와 함께 작업하는 판각하는 판화가가 160명에 이를 정도였다.

그의 삽화는 300~500프랑이었는데 당시 인상파 그림값과 맘먹는다.

신상철 고려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도레는 텍스트를 보조하던 삽화를 독립적인 예술적 경지로 끌어올렸다”며, 특히 그가 그린 ‘돈키호테’‘신곡’을 비롯, ‘장화신은 고양이’‘라퐁텐우화집’등의 삽화는 이후 출간된 책들이 도레의 그림을 본따 그리게 되는, 문학의 그림 토대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신구약 성서의 주요 사건과 인물을 그린 삽화 228점을 넣은 도레의 성서는 프랑스에 이어 특히 영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독자들의 주문에 따라 원하는 판화만 따로 찍어 팔기도 했고 도레의 판화만 파는 갤러리가 생기기도 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도레는 당시 대도시 런던의 구석구석을 담아낸 ‘런던순례기행’이란 책을 펴내기도 했다.

이번에 한길사에 나온 도레의 판화성서는 원전과 다르다. 판화가 중심으로 원전에 있는 성경구절 대신 성서의 장면을 설명해주는 정도로 생략했다.

김 대표는 그동안 책을 만들면서 유럽의 헌 책방을 돌아다니며 도레에 매료돼 도레의 책을 한 점, 두 점 모았다. 판화 성서 이후에 큰 책시리즈로 ‘신곡’과 ‘런던순례기’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레의 판화성서’는 1000권 한정부수로 책마다 에디션이 붙어있다. 책값은 33만원.

책 사이즈의 특성상 오프라인으로는 판매하지 않고, 주문 전화나 온라인 주문만 받는다.

/mee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