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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곱게 미친X의 꽃그림…홍인숙 개인전
홍인숙, 사랑 지나서 싸랑, 108×150cm, 드로잉에 지판화, 2009.[사진제공=롯데갤러리]

에비뉴엘아트홀, 7월 29일까지
신작ㆍ주요작 40여점…작은 회고전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시, 셔, 썅, 사랑, 밥, 집…. 일상의 언어들 다시 말해 B급 언어들이 꽃으로 단장했다. 널찍한 화판에 작은 꽃다발을 나란히 줄 지어 만든 글자가 시선을 오래 붙잡는다. “사랑 지나니 싸랑, 싸랑 지나니 썅, 거룩한 썅”이라는 작가의 간결한 단문은 시어(詩語) 처럼도 읽힌다. 텍스트이자 이미지인 글자들은 ‘사랑해서 결혼하고 살다보니 싸랑이 되고, 그렇게 살다보니 애증넘치는 썅이 되는 거룩한 삶’을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수천 수만가지 의미를 담았을 일상의 언어가 꽃이 되어 찾아왔다.

작가 스스로 “미친X이 그렸겠다. 그렇지 않으면 감당 못 할 큰 그림들이다. 곱게 미친X의 그림”라고 일갈을 날린 그림이 왔다. 

만화인지 민화인지, 글자인지 그림인지 모를 독특한 화법으로 한국적 팝아트를 구사하는 작가 홍인숙의 개인전이 7년만에 롯데백화점 잠심절 에비뉴엘아트홀에서 열린다. 
홍인숙 ‘글자풍경’ 전시전경 [사진제공=롯데갤러리]

전시엔 ‘글자풍경’이라는 주제아래 지난 7년간 작업한 신작을 비롯 주요작 40여점이 나왔다. 꽃다발로 글자를 만든 신작은 밑그림을 그린 후, 그것을 먹지 위에 다시 눌러 검은 윤곽선으로 그린다. 이어 색깔별로 판을 자르고, 롤러로 색을 칠하고, 그 색 판이 수 만큼 프레스기를 돌려 완성한다. 판화라고는 하지만 에디션이 없는, 제작방식만을 빌린 ‘노동화’다.

초기작인 ‘後眞후진사랑’, ‘큰 잘못’ 등 초기작과 글과 몸이 사라지고 얼굴만 덩그러니 남은 ‘점점 동그래지는 얼굴’시리즈, 글과 그림이 분리되는 ‘누이오래비생각’도 한자리에 모였다. 작은 회고전인 셈이다. 
홍인숙 ‘글자풍경’ 전시전경 [사진제공=롯데갤러리]

홍인숙의 그림은 글을 읽는 재미도 상당하다. 한자의 음과 뜻을 자유자재로 활용, 말장난에선 작가의 재치가 묻어난다. 글이라고도 그림이라고도 보기 어려운 독특한 장르를 작가가 계속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전시장에서 만난 홍 작가는 “그림을 이미지라고 생각치 않고 기록으로 생각했다. 그림일기가 첫 그림이었다. 일기를 정확하게 써야한다고 배우지만 하루만 지나면 틀린 것이 되지 않나. 결국 정확한 것은 없다. 그림은 글보다 더 정확하지 않다. 글보다 훨씬 자유롭다” 라며 “자유로운 것을 보여주고 싶을땐 그림을 택하고, 나를 잘 숨기고 싶을땐 글을 택한다. 나를 고백하면서 숨기고 싶은 장치가 글이자 그림”이라고 말했다. 누구나 쉽게 보고 웃을 수 있는 그의 그림은 이렇게 이중적 태도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다 보여주는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현상에 대해 관조하는 태도가 느껴진다.

전시를 기획한 롯데갤러리측은 “홍인숙작가는 민화를 가장 그럴듯한 팝아트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그의 작품은 이렇게 동시대의 삶, 마음, 언어를 담는다. 누구의 흉내도 아니고, 어눌하디 어눌한 이 그림이 ‘가장 한국적인 가장 아름다운 팝아트’로 부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7월 29일까지.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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