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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상의 시대를 거스르는 구상의 힘말풍선 내러티브에 ‘보고 또 보고…’
막신 마시요브스키 ‘리프레이즈 잇 포지티블리’전 전시전경 사진=이한빛 기자/vicky@

막신 마시요브스키 첫 한국전
갤러리바톤, 한남동 이전 개관전


“말 좀 예쁘게 하지(Rephrase it Positively)”라고 여자가 말한다. 자신의 의견을 (아마도) 솔직하게 제기한 남자는 입을 꾹 다문다. 지인의 집에서 열린 와인파티에서 한 커플의 대화인듯 한데, 무슨 일인지 궁금해 자꾸 주인공의 표정을 살피게 된다. 폴란드 출신의 화가 막신 마시요브스키(44)의 신작 ‘리프레이즈 잇 포지티블리(Rephrase it Positively)’다.

막신 마시요브스키의 개인전이 최근 한남동으로 이전한 갤러리바톤에서 열리고 있다. 갤러리 입장에선 이전 개관전이고, 작가에겐 첫 한국전이다. 막신은 한국에선 익숙치 않은 작가지만 최근 세계 미술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빌헬름 사스날(46)과 함께 1996년 그루파 라드니(Grupa Ladnie)를 설립한 이로 유명하다. 이 단체는 폴란드와 동유럽 현대미술의 산실로 부각하며 국제미술계에서 명성을 날리고 있다.

전시에는 2004년부터 최근까지 작가의 다양한 시리즈 중 대표작들이 나왔다. 수년 전부터 유럽 현대회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동유럽과 폴란드 미술을 만나 볼 수 있는 자리다. 

막신 마시요브스키 ‘리프레이즈 잇 포지티블리’전 전시전경 사진=이한빛 기자/vicky@

막신은 일상의 모습을 담는다. 타블로이드, 매거진, 인터넷의 이미지와 직접 찍은 사진들이 작업의 재료다. 발췌한 이미지에서 필요없는 디테일을 제거한다. 단순한 컬러, 간결한 스케치, 명료한 윤곽, 직관적 배경 등 재가공된 동시대의 풍경은 직설적이고 명쾌한 작가 고유의 화풍을 거치며 무거움과 진중함을 벗는다. 특히 말풍선에 대사를 써 넣어 상황을 이해하기 쉽게 하기도 동시에 주제를 의도적으로 흐리기도 한다.

추상이 대세인 지금에 구상에 천착하는 모습은 오히려 신선하기까지 하다. 막신은 “추상작업을 하는 것 만으로는 특정 주제, 사람, 사물 등에 대한

나의 관심을 표현하기 충분치 않다”며 “내 작업에서 중요한건 이야기(내러티브)인데, 이것을 구축하기 위한 적합한 요소로 작품을 구성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르네상스 회화에서 봤음직한 스타일은 아니다. 배경으로 처리된 나무 바닥, 벽은 도형과 선, 패턴은 무척이나 추상적이다. 화면 중간에 끼어든 팝아트스러운 말풍선도 이같은 추상성에 일조한다. 구상작업임에도 현대적 미감이 도드라지는 이유다. 작가는 “파인아트 아카데미에서 수학했지만, 정물화를 그리는 식의 정규과정엔 흥미가 없었다”며 “오히려 개념(concept)과 화제(topic)에 관심이 있었기에 직접 타블로이드, 매거진, 사진을 수집했고 이들이 내 작업의 원천이 됐다”고 말했다.

막신 마시요브스키는 폴란드 크라쿠프 테크놀로지 대학에서 건축을, 크라쿠프 파인아츠 아카데미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다. 발틱 현대미술 센터(2013), 폴란드 국립미술관(2013)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타데우스 로팍(파리), 메이어 카이너(빈)등 유럽 정상급 갤러리의 전속작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전시는 8월 3일까지.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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