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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APAS]김밥으로 도시락 반찬으로…2030 흔드는 전복
[헤럴드경제 TAPAS=나은정 기자] 

“옛날엔 아플 때나 진짜 기운 딸릴 때 먹는 게 전복이었는데 요샌 그냥 아무때나 먹어요, 엄청 싸더라구요.”

보양식이 절로 생각나는 계절, 장마가 지나 기온이 오르고 기운이 딸리면 달력을 펼쳐 날짜를 세어본다. ‘초복이 언제더라…’ 전복은 그런 음식이었다. 한여름 복날에 더위를 이겨내는 보양식, 아플 때 먹고 기운을 차리는 건강식, 특별한 날 귀한 사람에게 대접하는 특식. 


그런 전복이 요즘 ‘일상식’의 재료로 탈바꿈하고 있다. ‘아무때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돼 가고 있다는 말이다. 가격이 폭락하면서 전복은 고급 식재료의 지위를 지키기 어려워졌다. 시중에 전복을 활용한 도시락과 김밥 등 간편식이 속속 출시되면서 이제는 2030도, 1인 가구도 언제든 쉽게 즐길 수 있다.

■ 얼마나 떨어졌길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4일 중(中)품의 전복 1kg 도매가격은 3만5200원, 1년 전 4만1023원이었던 것에 비해 14% 떨어졌다. 4년 전과 비교하면 34% 가까이 저렴해졌다. 소매가격은 5마리 기준 1만4461원, 1마리에 2900원 꼴로 마리당 3580원 하는 오징어보다 싸다. 대형마트에선 15~30미를 3만2000원대에 살 수 있다. 




원인은 공급이 넘쳐서다. 국내 전복 생산량은 6년 전 6500여 톤 수준이었는데 지난해 1만6000여 톤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에서 전복 양식이 늘면서 수출 물량도 줄었다. 전복 수출량은 2016년 2300여 톤에서 지난해 1730여 톤으로 24% 감소했다.

■ 얼마나 흔해졌길래

소비자 입장에선 가격 하락이 두 손 들고 환영할 일이지만, 어민들 입장에선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완도군은 정부 기관, 유통업체들과 손잡고 전복 소비를 늘리는 데 팔을 걷어부쳤다. 우선 수산 당국은 신규 양식 면허를 제한하고 양식시설 현대화 사업 적용 품목에서 전복을 제외하기로 하는 등 수급 조절에 나섰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전복숙회, 전복포, 전복과자 등 각종 요리법과 가공제품 개발에 나섰고, 대형마트 3사도 지난 5월~6월에 걸쳐 일제히 완도산 전복 할인 행사를 실시해 비싸서 부담되는 ‘고급 식재료’의 문턱을 낮췄다. 

GS25 ‘유어스 보양 한정식 도시락’

식품업계에서도 전복을 활용한 간편식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젊은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GS25는 지난달 전복 볶음밥이 들어간 ‘유어스 보양 한정식 도시락’과 내장소스와 볶은 전복을 이용한 ‘유어스 전복장 비빔 삼각김밥’을 출시했다. 일반 편의점 도시락에 비해 높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직접 요리해먹기 어려운 보양식 재료를 활용한 덕분에 1인가구와 2030세대 혼밥족에게 인기가 높다.

한국야쿠르트는 지난 5월 전복과 새송이버섯, 표고버섯 등을 넣고 조리한 간편식 ‘잇츠온 전복죽’을 선보였고, 미스터피자는 완도산 전복을 토핑해 만든 완도 지역 한정 ‘전복피자’를 내놨다. 작년엔 전복무스비(김밥), 전복컵밥, 전복주먹밥 등 전복을 이용한 간편식만 전문으로 하는 브랜드 ‘전복서커스’까지 생겨났다.

결혼 1년차 김지혜(34·여) 씨는 “전복은 소고기처럼 아무때나 먹기는 힘든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요즘 가격이 내려서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며 “가격적으로 부담이 크지 않아서 집들이 할 때 전복으로 만든 요리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징어ㆍ고등어는 전세 역전



전복이 대중적인 식재료로 이미지 메이킹을 시도하는 한편 고급 식재료로 이미지 굳히기를 하고 있는 생선이 있으니, 바로 오징어다. 해마다 가파르게 몸값이 뛰는 오징어는 ‘금(金)징어’가 된 지 오래다. 중국 어선들이 북한 수역에서 오징어를 쌍끌이하면서 국내 오징어 어획량이 급격히 떨어지자 가격이 급등했다. 물오징어 1마리(냉동, 중품) 소매가격은 4일 기준 3587원으로, 1년 전보다 11.4% 올랐다. 건오징어 가격은 10마리(중품)에 4만6688원으로 전년에 비해 무려 40%나 뛰었다.

‘국민 생선’ 고등어도 원치 않게 ‘금(金)등어’로 이미지 변신 중이다.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과 일본 해역에서의 조업이 막혀 어획량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작년 국내 연안서 잡힌 고등어는 11만5200여 톤으로, 1년 새 25%나 감소했다. 고등어는 중품 1마리에 3423원으로, 지난해보다 20% 가까이 올랐다.

이에 정부는 올해 수산물 가격안정 대책의 일환으로 고등어, 오징어, 명태, 갈치, 조기, 마른멸치 등 6개 어종 1만8000톤을 수매해 중점적으로 물가를 관리하겠다고 했다. 서민들의 대표 반찬거리던 오징어와 고등어 대신 전복을 올리는 것이 ‘가성비’ 좋은 식탁일 수 있는 2018년의 오늘이다.

/better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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