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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과 죽음의 경계 넘나든 ‘투사 김구’…‘인간 김구’를 말하다

‘백범일지(白凡逸志)’는 백범이 1928~1929년 상해에서 쓴 상권과, 1941~1942년 중경에서 쓴 하권으로 돼 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유언처럼 쓴 글로, 상권은 개인신상 중심이며, 하권은 임시정부 활동과 국제정세가 주를 이룬다.

전 국회의장인 김형오 사단법인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장이 펴낸 ‘백범 묻다, 김구 답하다’(아르테)는 지난 3년여 백범의 자취를 찾아내고 지키는 일을 해온 저자가 매일 그의 정신에 다가가며 정직하게 보고 느낀 김구의 모습을 담고 있다.

무엇보다 누구나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백범의 신념과 사상을 보여주는 주요 사건과 활동을 문답식으로 재구성하고 쉬운 언어로 풀어쓴 점이 돋보인다.

특히 역사 다큐를 보듯 백범일지의 의문점이나 당시 사회적 상황과 배경들을 꼼꼼하게 풀어 쓴 해설은 남다르다.

책은 ‘백범일지’ 중 가장 극적인 사건으로 꼽히는 1896년 21살의 김창수(백범의 청년시절 이름)가 일본인 쓰치다를 살해한 뒤 인천감리영에서 사형집행을 기다리다 고종의 재가로 형집행이 중지된 사건을 비롯, 1945년 1월 31일 일본군 부대를 탈주한 한인 학도병 50명이 3000리길을 걸어 중경 임시정부에 도착한 눈물겨운 얘기로 이어진다.

20대의 청년 백범이 몇년간의 유랑생활을 하면서 많은 경험을 하고 귀향길에 스승과 만나 격론을 벌이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몇 년전만 해도 단발령과 같은 사안에 스승과 생각이 같았지만 신지식을 접한 백범은 스승과 논쟁을 벌인다. 백범은 “우리 민족의 비운은 사대사상의 산물”이라며, 이 나라의 특성과 우리 백성의 수준에 맞는 주의와 제도를 연구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주창한다.

많은 휘호를 남긴 김구의 글 중 ‘철혈남아’(鐵血男兒)는 백범의 투지를 보여주는 가장 유명한 휘호로, 윤봉길과 이봉창 등 혁명전사들에게 바친 헌사이기도 하다.

1947년 6월23일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하고 개선한 서윤복 선수에게는 남이장군의 시 ‘북정(北征)’을 휘호로 써주기도 했다. 김구가 서거하기 19일 전에 쓴 글자는 ‘징심정려(澄心靜慮:마음을 맑게, 생각을 고요하게)’였다.

양반집 아이들이 이유없이 때리자, 보복하겠다고 집에 있는 식칼을 들고 나섰다는 고백, 과거시험에 떨어지고 관상을 공부하면서 자신을 들여다보니 귀한 건 하나도 없고 ‘천격, 빈격, 흉격’이었다며, 좌절감을 내비치는 등 저자는 이런 솔직함과 인간적인 면모가 바로 ‘백범일지’의 미덕이라고 평가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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