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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방송희 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원 연구위원] 방송을 활용한 노령층 경제정보 비대칭 개선
얼마 전 대학에서 현대사회와 대중매체에 대해 강의를 하는 필자의 친구가 전해준 이야기는 놀라웠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즐겨 볼 만한 TV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더란다. 이유를 물으니 요즘 학생들은 TV를 보지 않으며, 대부분의 필요한 정보는 휴대폰을 이용해 인터넷 검색과 동영상 공유사이트를 통해 얻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발표한 ‘2017년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20~30대의 방송매체가 ‘스마트폰’이라면 고령자들은 ‘TV’로 세대별 방송매체 양극화가 뚜렷하다.

60세 이상 고령자 96.5% 이상이 거의 매일 TV를 본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하루 평균 4시간 이상 TV를 시청하는데, 혼자 사는 노인일수록 TV시청시간이 길었다. 노년의 삶에서 TV는 정보 습득의 중요한 통로이며,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TV, 라디오, 신문 등과 같은 방송매체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정보전달에 있다. 각 매체가 가지고 있는 특징 때문에 동일한 콘텐츠라도 전달되는 정보의 양과 질이 다르다. 특히 고령자일수록 정보접근 채널이 제한돼 정보의 비대칭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경제학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정보의 비대칭성이란 시장에서 각 거래 주체가 보유한 정보에 편향이 있어 정보 격차가 생기는 현상을 말한다. 정보의 비대칭이 경제학에서 중요한 의제로 오랫동안 다루어져 온 이유는 이 같은 불균형 상태를 방치할 경우 시장 자체가 무력해지는 시장 실패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은 본질적으로 개별성이 강해 표준가격 결정이 어렵고, 시장에 참여하는 경제주체간 정보 불균형이 특히 강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주택시장을 투명하고 건전하게 관리해 정보 불균형을 개선하려는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과 더불어 인터넷 환경개선 및 IT기술 발전이 접목되면서 주택시장의 다양한 정보는 우리 실생활에 깊숙하게 스며들고 있다. 주택을 거래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발품’ 대신 ‘손품’을 팔아 인터넷 환경에서 언제든지 부동산매물과 거래 예상가격, 관리비와 주거환경 등 중요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이제 더 이상 사람들은 집을 구할 때 일일이 현장을 찾아 헤매지 않는다. 그러나 새로운 매체를 통한 정보접근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들은 상대적 소외감을 느끼는 것은 아닐까?

전국의 주택 중 약 36%는 60세 이상 고령자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만큼 고령층이 주택시장에서 중요한 공급자 역할을 하고 있다. 그들에게도 주택시장의 다양한 정보는 경제주체 일원으로서 반드시 필요하다. 주택시장의 정상적인 작동을 위해서도 이러한 배려는 중요하다.

네덜란드에는 노인을 위한 공영방송이 있다. 2005년에 설립된 네덜란드 공영 방송기관인 MAX는 노년층의 니즈에 맞추어 시니어 방송을 송출한다. 주택정보, 여행정보, 건강정보 등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경제 및 금융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시니어 시청자의 만족도가 높고, 그만큼 MAX의 방송 콘텐츠도 다양해지고 있다.

미국에서도 1991년 노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케이블 TV 네트워크 ‘골든 아메리칸 네트워크’가 출범한 이후 노인단체, 시니어 비즈니스 기업, 마을단위의 은퇴 공동체 등이 방송을 이끌며 고령자의 일자리 창출에까지 기여하고 있다. 한국의 시니어 방송이 가족오락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과 비교된다.

경제활동 주체에게 정보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2017년 기준 국내 총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약 14%에 이르고 있다. 2060년이 되면 이 비율이 약 4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이 정보환경 개선이라는 시대적 흐름에서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당당하게 경제주체의 일원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그들의 시선에서 다시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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