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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구들에게 옮길라”…무좀환자, 가족들 공공의 적?
장마와 폭염 탓에 덥고 습한 여름은 무좀균이 번식하기 좋은 시기이므로 특히 조심해야 한다. 당뇨 환자는 무좀 같은 곰팡이 질환이 잘 낫지 않으므로 특히 신경써야 한다.
[헤럴드경제DB]

온도·습도 높은 여름 대표적 질환
머리·얼굴·손 등 전신으로 퍼질수도
임산부 있는 가정 각별한 주의 필요
바르는 약 최소 6주 꾸준히 사용해야


회사원 정모(38) 씨는 지난해 초 영업 관련 부서에 배치된 뒤, 더운 여름에도 정장과 구두를 착용하고 고객을 만났다. 무더운 날이면 발에 땀이 차 구두를 벗고 싶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지난해 장마철에도 자연스레 비에 흠뻑 젖은 구두를 신은 채 돌아다녔다. 어느날 발이 너무 가려워 살펴보니 발가락 사이 피부가 온통 짓물러 있었다. 군대에서 군화를 신고도 무좀에 걸리지 않았던 정 씨는 결국 병원에서 무좀 진단을 받았다.

장마가 잠시 잦아들었지만, 여전히 덥고 습하다. 장마철 평균 습도는 연중 최고치인 80~90%까지 올라간다. 곰팡이가 번식하기 좋은 시기가 바로 여름, 그리고 장마철이다. 곰팡이의 일종인 무좀균이 기승을 부리기 딱 좋은 시기라는 뜻이다. 장마에 폭염까지 겹친 요즘 정 씨처럼 통풍이 안되는 신발까지 신고 다니게 되면 무좀을 더욱 키울 수 있다. 무좀은 비단 발 뿐만 아니라 머리, 얼굴 등 온몸에 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조기에 치료해야 한다.

▶온도ㆍ습도 높은 여름, 무좀균이 좋아하는 시기=무좀(백선)이란 백선균 또는 피부사상균이라는 곰팡이가 피부 각질층, 모발, 손발톱에 감염돼 발생되는 피부 질환이다.

서성준 중앙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무좀 중 가장 많은 것은 발무좀으로 전체 무좀의 33~40%를 차지한다”며 “하얀 각질이 두껍게 생기는 과다 각화형, 작은 수포가 생기는 물집형, 발가락 사이의 후미진 곳에 생기는 발가락 사이형(지간형)으로 나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좀은 발에만 국한되지 않고 머리, 몸통, 사타구니, 손, 발, 얼굴, 손발톱 등 온몸에 감염될 수 있다. 이 중 발무좀은 다른 부위로 곰팡이 감염이 퍼지는 시발점 역할을 하므로 빨리 대응해야 한다.

무좀은 대표적인 여름 질환이다. 여름은 번식에 적합한 온도(37도)를 갖췄고, 다른 계절보다 땀을 많이 흘리고 습도도 높아 무좀균이 성장하기 좋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서 교수는 “무좀균은 온도, 습도, 영양의 삼박자가 잘 맞는 곳에서 왕성하게 번식하는데, 이를 충족시키는 곳이 바로 발”이라며 “더욱이 수영장, 목욕탕 등에서 맨발로 다니면 무좀균이 묻을 수 있어 재발 가능성까지 커진다”고 했다.

▶빙초산 등 민간요법, 자칫 화상 입을 수도=일반적으로 무좀은 잦은 재발로 인해 치료되지 않는 병이라는 잘못된 인식으로 치료를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 치료 후 증상이 호전되기 시작하면 방심하고 바로 치료를 중단하는 환자도 대다수다.

이에 대해 서 교수는 “증상이 없어졌다고 균이 죽지 않은 상태에서 치료를 중단하게 되면 완전히 죽지 않은 곰팡이에 의해 다시 무좀이 재발하게 된다”며 “여러 부위에 무좀이 있다면 함께 치료해야 하며 손발톱 무좀 같이 치료 기간이 긴 무좀까지 같이 치료하지 않고 발무좀 증상만 호전됐다고 치료를 중단하면 손발톱에 남은 곰팡이에 의해 다시 무좀이 재발할 수 있다”고 했다.

가족 중 무좀 환자가 있다면 가족 모두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무좀 환자가 치료가 완전히 됐다 하더라도 가족 내 다른 무좀 환자로부터 재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좀에 좋다는 민간요법으로 정로환, 빙초산, 목초액 등이 많이 일컬어진다. 하지만 곰팡이를 영구적으로 막는 효과는 없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의의 견해다.

서 교수는 “이들 민간요법은 정상 각질층을 녹이거나 손상을 주므로 그것을 먹이로 하는 곰팡이에게도 악영향을 줄 수 있고 빙초산, 목초액 등은 항균 작용에 의해 곰팡이를 직접적으로 억제할 수도 있다”면서도 “산성을 띄기 때문에 잘못하면 화학적 화상을 입혀 오히려 피부에 손상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병원에서는 바르는 약과 먹는 약을 동시에 처방해 무좀을 치료하게 된다. 이때 처방받은 약은 반드시 꾸준히 사용해야 한다. 무좀의 원인이 되는 곰팡이의 포자는 여전히 피부 깊숙이 파고 들어 재발할 수 있으므로 특히 바르는 약을 최소 6주 정도 꾸준히 발라 줘야 한다. 약의 선택도 중요하다. 오진이나 자가 진단으로 인해 무좀약인 항진균제가 아닌 일반 습진 약을 바를 경우 이를 영양분으로 삼아 곰팡이가 더욱 번성할 수 있다.

▶매일 발 씻고 철저히 말려야=무좀은 환자로부터 떨어져 나온 인설(비늘 같은 각질)을 매개로 적당한 습도, 피부 손상이 동반되면 전염된다. 발가락 사이 피부가 짓무르고 균열이 발생, 그 틈으로 세균이 침범해 봉와직염 같은 2차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 임산부가 있는 가정에서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당뇨 등 만성 질환자도 면역력이 약해 무좀을 경계해야 한다. 당뇨 환자의 경우 무좀 같은 곰팡이 질환이 잘 낫지 않으므로 다른 사람으로부터 균이 감염되거나, 발에서 다른 부위로 균이 옮겨지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송기호 건국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당뇨 환자의 발은 조그만 상처에도 잘 낫지 않고 궤양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무좀과 습진은 합병증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외출 후에는 발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고 했다.

무좀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발을 청결하고 건조하게 유지하는 것이 기본이다. 매일 발가락 사이를 비누로 깨끗이 씻고 수건으로 습기를 제거한 뒤 철저히 말려야 한다. 신발은 적어도 두 켤레를 번갈아 착용하고, 실내 근무를 할 때에는 실내화로 갈아 신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마철 신발이 물에 젖었을 때에는 귀가 후 비누를 이용해 발을 깨끗이 씻고 신발은 반드시 바싹 말린 다음 신어야 한다.

서 교수는 “환자의 양말이나 발수건 등을 반드시 구분해 사용해야 한다”며 “감염이 의심될 때에는 즉시 병원을 방문해 항진균제 등의 투여를 통해 빠른 시간 내에 무좀을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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