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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현대차 노조, 무역전쟁 알고나 하는 파업인가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아무래도 파업에 들어갈 모양이다. 이 회사 노조는 2일 파업 찬반 투표에서 압도적 표차로 파업에 동의했다. 노조는 3일 쟁의대책위원원회를 열어 파업 강행 여부와 일정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미 임금 인상을 둘러싼 노사간 협상이 결렬된 상태라 파업이 확정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이번에 노조가 파업을 결정하면 7년 연속이다. 이 정도면 파업이 연례행사이며 습관성이라는 말이 나올만하다.

파업은 헌법에 정해진 근로자의 정당한 권리다. 하지만 작금의 자동차산업의 사정을 돌아보면 파업을 할만한 상황이 못된다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알 것이다. 당장 미국의 ‘통상전쟁’ 압박 때문에 우리 자동차업계는 바람 앞의 등불신세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에 들어오는 외국산 자동차에 대해 최고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11월 미국 중간 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상무부를 더 닥달할 게 뻔하다. 추가 관세가 공식 발효되면 현대차와 기아차의 대미 수출은 치명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차는 연간 85만대 가량 미국에 수출되는 데 그 대부분이 현대 기아차다. 이렇게 되면 수출을 아예 포기하거나 미국에 공장을 증설하는 길 밖에 없다. 그만큼 국내 일자리는 줄어들게 된다.

미국발 통상전쟁이 확산되면 그 불똥 역시 우리쪽에도 튈 것이다. 유럽연합(EU)이 보복 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우리 차 수출길도 같이 막힌다. 최악의 경우 울산 등 국내 생산라인 감축도 각오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과 미국에서의 판매 부진으로 현대차 실적은 급전직하다. 올해 1/4분기만 해도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6%나 줄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노사가 합심해도 험난한 파고를 헤쳐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대차 노조도 물론 이런 사정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파업을 불사하겠다니 그 의도를 이해할 수가 없다.

현대차 노조는 냉정한 눈으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얼마전에 한국GM 군산공장이 결국 폐쇄돼 수천명의 근로자가 길거리에 나앉은 것을 똑똑히 보았을 것이다. 현대차라고 이런 사태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평균 연봉이 1억원이면 임금근로자 상위 10%에 해당한다. 그러면서 파업을 일삼는 노조를 고운 눈길을 보낼 국민은 없다. 거리를 질주하는 외국차 수가 눈에 띄게 늘어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걸 알아야 한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건 한 순간이다. 지금은 머리띠를 두를 게 아니라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위기의 해법을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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