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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추억·평화 그리고 꿈…별 볼일 있는 ‘夜行’
윤동주의 ‘별 헤는 밤’, 알퐁소 도데의 ‘별’ 등에서 그려지듯 사랑, 추억, 희망의 상징이라는 따스한 코드가 호기심 과학과 하모니를 이루며 각 지방의 천문대도 조금씩 늘었고 ‘가볍게 떠나는, 설레는 여행’ 의 정서적 고리가 되었다. 사진은 강원도 화천 조경철천문대와 은하수. [제공=조경철천문대]

한국관광공사 ‘7월 추천 여행지’ 선정
화천 조경철 천문대
‘아폴로 박사’조경철의 희망·평화·향수 가득
‘별 헤는밤’ ‘심야관측’ 등 프로그램에 설렘도
양주 송암스페이스센터
‘외국인이 가볼만한 곳’ 추천 천문 테마파크
낭만의 데이트 코스 장흥역·미술관 등 들러볼만
장흥 정남진 편백숲우드랜드
억불산 울창한 편백숲 정상 ‘정남진천문과학관’
영화 ‘천년학’세트장 보고 먹는 ‘된장물회’ 별미


인류 최초 달 탐사 우주선 아폴로 11호가 발사되던 1969년 7월 16일, 이 역사적 장면은 전세계에 생중계됐다. 한국에선 당대 최고 천문학자이자 여행인문학 전도사였던 조경철 박사가 동시통역을 맡았다. 조 박사는 발사 순간 너무 흥분한 나머지 의자에서 넘어지고 만다. 이 모습을 TV가 있는 집에 떼로 모인 온 국민이 지켜봤고, 우주개척의 감동과 함께 조박사 덕에 큰 웃음까지 얻었다.

풀테 안경을 쓴 푸근한 이웃집 아저씨 조경철(1929~2010)은 이날 이후 ‘아폴로 박사’라는 국민 닉네임을 얻는다.

20년전부터 과학기술에 대한 우리 국민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커지면서 천문학의 인기도 높아졌다. 천체망원경을 소장하는 것이 로망이 되던 2000년엔 때마침 스티븐호킹 박사가 두번째로 한국에 와서 열렬한 환영을 받는다.

윤동주의 ‘별 헤는 밤’, 알퐁소 도데의 ‘별’ 등에서 그려지듯 사랑, 추억, 희망, 다짐의 상징이라는 따스한 코드가 호기심 과학과 하모니를 이루며, ‘별 보기 연애’, ‘개기월식 우정’도 생겨났다. 그 사이 각 지방의 천문대도 조금씩 늘었고, ‘가볍게 떠나는, 설레는 여행’의 정서적 고리가 된다.

한국관광공사는 낮이 더운 7월 밤에 별 볼 일 아주 많은 곳을 ‘이달의 추천 여행지’로 선정했다. 꿈과 사랑이 영글어가는, 야심만만(夜深萬滿) 야(夜)한 여행이다.

▶화천 조경철 천문대= 천문대의 으뜸은 조경철 박사의 이름을 딴 화천조경철천문대이다. 북한이 고향인 조 박사는 생전에 천문대가 있는 광덕산을 자주 찾아 북녘하늘을 보며 향수에 젖곤 했다. 화천 천문대엔 사랑과 희망 외에 평화와 향수의 코드가 더 있다.
 
DMZ가 가까운 청정지역이라, 고흐의 별밤 보다 더 별이 쏟아질 듯한 비경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천문대에서는 매일 밤 8시부터 진행되는 ‘별 헤는 밤’과 저녁 11시에 시작하는 ‘심야관측’ 프로그램은 과학 속에 설렘을 품었다. 관측기법을 배우는 별사진학교와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실습과정도 운영된다.

광덕산에서 발원한 광덕계곡은 물이 깨끗하고 주변에 숙박 시설이 많아 물놀이하기 좋고, 곡운구곡은 조선 시대 선비 김수증이 품은 선경으로 유명하다. 해산터널을 지나면 평화의 댐과 비목공원 등을 만난다. 파로호에는 물빛누리호 유람선이 떠다닌다. 한국수달연구센터에선 우리의 생태, 여전히 건재하다는 점을 확인하게 된다.

▶영양 반딧불이천문대= 탁한 도시의 별밤은 별밤지기가 상상속 영감을 주는 라디오에만 있다. 무공해 청정 지역으로 이름난 영양에는 국제밤하늘보호공원과 반딧불이천문대가 있다. 칠흑 같은 밤에 반짝이는 별과 사랑스러운 반딧불이를 만나는 최적의 장소이다. 반딧불이생태숲 아침 산책도 별밤만큼 감동적이다. 깊은 숲 속에 울려 퍼지는 풀벌레 소리와 싱그러운 풀 냄새는 청정에너지의 배터리이다.

주실마을에는 조지훈 시인의 삶과 문학을 돌아보는 지훈문학관이 있다. 지훈시공원에서 시인의숲까지 호젓한 길이 이어진다. 영양서석지는 조선 시대 민가 정원의 백미로 꼽힌다. 대청마루에서 바라보는 연못과 연꽃, 400년이 넘은 은행나무가 한 폭의 그림이다. 음식디미방을 빼놓을 수 없다. 340여종의 레시피로 만든 우리 음식은 상차림 만큼 정갈하고, 건강하며 맛있다.

▶양주 송암스페이스센터= 서울에서 차로 한시간 거리인 계명산 자락 송암스페이스센터는 한국관광공사가 ‘외국인이 가볼만한 곳’으로 추천했다. 당연히 내국인이 가도 된다. 양주시가 별 관측하는 천문대와 교육 공간인 스페이스센터, 전망 좋은 케이블카와 호텔급 숙소, 레스토랑까지 여행생태계를 완성한 ‘천문 테마파크’이다.

양주 송암스페이스센터 뉴턴관 600mm 주망원경.

산허리를 휘감아 도는 산책 코스와 널찍한 잔디광장은 연인들이 걷고 아이들이 뛰놀기에 좋다. 송암스페이스센터는 1일 천문교실에서 영어우주과학캠프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춘 ‘서울특별시교육청 현장 체험 학습 지정 기관’이며, 디지털 플라네타리움(천체투영관)용 영어 버전 동영상을 갖춰 외국인이 찾기에도 적당하다.

근처의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은 한국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장 화백의 작품을 감상하는 곳이다. 낭만의 데이트 코스 장흥역과 가나아트파크, 장흥자생수목원 등도 들러볼 만하다. 전남 장흥과는 다르다.

▶장흥 정남진 편백숲우드랜드= 옥황상제의 모자를 닮은 천관산과 거대한 책바위가 있는 전남 장흥엔 별이 빛나는 밤을 시원하게 감상할 수 있는 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가 있다. 억불산 자락의 울창한 편백 숲을 산책하며 별을 보면 형용할 수 없는 신비감과 감동에 젖는다. 억불산 주변은 여름에도 대기가 맑아 머리 위로 별이 쏟아질 듯하다. 산 정상의 정남진천문과학관도 별을 관측하기 좋다. 주관측실을 비롯해 보조관측실, 천체투영실, 시청각실 등을 갖췄다.

전남 장흥 편백숲우드랜드.

장흥은 문학의 고장이다. 회진면은 소설가 한승원이 태어난 곳. ‘한승원소설문학길’에 있는 한재공원에 오르면 그의 소설 무대가 된 회진면이 보인다. 한재공원에서 내려오면 진목마을. 소설가 고 이청준 선생이 태어난 곳으로, 이청준 생가를 꾸며놓았다. 이청준의 소설 ‘축제’를 영화로 만들때 배경으로 등장한 소등섬은 참으로 아름답다. 마을 가까운 곳에 들어선 임권택 감독의 영화 ‘천년학’ 세트장도 볼거리다. 장흥여행은 여름 별미 ‘된장물회’를 꼭 먹어봐야 완성된다.

▶제주 새별오름, 마방목지의 별별별= 제주의 밤은 유난히도 캄캄하다. 풀벌레 소리만 들릴 정도로 고요하기 까지 하다. 별을 보기에 이보다 좋을 수 없다. 고즈넉한 마방목지부터 망원경으로 별자리를 더듬는 제주별빛누리공원, 쏟아지는 별과 은하수를 볼 수 있는 1100고지휴게소, 샛별처럼 빛나는 새별오름까지 발길 닫는 곳마다 화려한 별이 여행자를 기다린다. 남측 중간산에선 대한민국에선 유일하게 무병장수 상징 ‘카노푸스’ 별자리를 볼 수 있다.

마방목지에서 차로 5분만 가면 숲 속 힐링을 누릴 수 있는 사려니숲길이 나타난다. 도종환 문체부 장관이 문인으로 이름을 떨칠 때 ‘문득 짐을 싸서 가고싶은 숲길’로 꼽은 곳이다. 어지러운 마음이 가지런해진다.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는 이니스프리제주하우스와 노아의 방주를 형상화한 방주교회도 마음을 건강하게 한다.

▶증평 좌구산천문대= 증평군 솟점말길에 있는 좌구산천문대는 청주-증평 일대 최고봉인 좌구산(657m) 높은 곳을 차지했다. 주변에 도시의 불빛이 없어 맑고 깨끗한 밤하늘이 펼쳐진다. 국내에서 가장 큰 356㎜ 굴절망원경이 설치돼 작은 망원경으로 볼 수 없는 다양한 천체의 모습을 관찰하기 좋다. 여름철에는 토성과 목성까지 관측된다.

좌구산자연휴양림이 가까이 있어 밤늦게까지 별을 봐도 서둘러 집에 갈 필요가 없다. 휴양과 별 관측을 동시에 즐기는 가족 여행지다. 증평의 역사와 전통문화를 만나는 증평민속체험박물관, ‘무쇠의 마술사’ 최용진 대장장이의 일터인 증평대장간, 증평 주민의 쉼터로 이름난 보강천 미루나무숲 등은 이름만 들어도 청정 또 청정하다. 

함영훈 여행선임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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