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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APAS] 월드컵 진짜 승자는 러시아 재벌들 “돈 앞에 동화없다”

[헤럴드경제 TAPAS=윤현종 기자] 

월드컵 본선무대. 일본이 콜롬비아를 꺾었다, 멕시코가 독일을 무너뜨렸다, 아이슬란드가 아르헨티나와 비겼다?? 수십 년 쌓인 전적 데이터와 분석 자료 즉, 이성과 논리의 영역에선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기적이다. 
그러나, 기적이란 단어가 숨 쉴 수 있는 무대. 언제든 승자가 바뀔 수 있는 곳은 코트가 전부다. 밖으로 한 걸음만 내딛어도 동화는 끝난다.

경기장 밖을 지배하는 건 백일몽이 아니다. 가진 자가 이긴다는 현실이다. 우리 돈 10조 원 넘게 투입된 준비 비용. 대부분이 러시아 정부와 친밀한 재벌에게 흘러갔다. 국민 전체소득 절반을 차지한 소수의 독점부호. 올리가르히(Oligarch)다.

■ 15명

포브스 등에 따르면 올리가르히 최소 15명이 이번 월드컵 관련 사업과 밀접하게 엮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정부와 거래하는, 일종의 관급계약을 통해 일거리를 수주한 이들 재벌은 모두 개인 자산 10억달러(1조1070억원) 이상을 가진 억만장자로 확인됐다. 

2018 러시아월드컵 개막식에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게티이미지]

■ 정부가 쓴 돈 ≒ 재벌이 번 돈

러시아 월드컵 조직위원회는 지난 4월 펴낸 보고서에서 행사 준비에 들어간 모든 비용 합계가 110억달러(12조원)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숫자는 대외적으로 밝힌 ‘공식비용’일 뿐이다. 더 많다는 뜻이다.

현지 언론 모스크바타임스는 20일(현지시각) 아르카디 드보르코비치 러시아 부총리 발언 등을 인용해 “(실제) 월드컵 준비 비용은 140억달러(15조5000억원)가 넘는다. 국내총생산(GDP) 1%가 쓰였다. 역사상 가장 비싼 축구대회”라고 보도했다. 러시아 정부 예산은 이 140억달러 가운데 절반인 70억달러 이상이라는 게 모스크바타임스 등의 집계 결과다.

재미있는 건 ‘월드컵 수혜’를 입은 현지 재벌 15명 중 6명이 행사 준비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 합계가 70억달러에 육박한다는 점이다.

8조원 가까운 러시아 정부의 준비비용 90% 이상이 관급 계약을 맺은 재벌들 ‘수익’으로 돌아갔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푸틴 대통령(사진 왼쪽 세번째 빨간 넥타이)과 악수하고 있는 러시아 억만장자 빅토르 벡셀베르크(사진 오른쪽 두번째) [출처=마더존스]

■ 수혜의 자격은 ‘유착’

정부 계약을 따낸 재벌과 푸틴 정권과의 관계는 흥미롭다.

먼저 빅토르 벡셀베르크란 인물이다. 레노바(Renova) 그룹 소유주이기도 한 그의 별명은 ‘알루미늄 왕’이다. 세계 최대 알루미늄 생산기업 루살(Rusal)의 제품을 수출하고 있어서다.

알루미늄 왕은 어떻게 정권의 환심을 샀을까. 답은 ‘푸틴 소원 들어주기’였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전시된 파베르제 부활절 달걀

벡셀베르크는 2004년, 러시아 황실 가족만을 위해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 ‘파베르제 부활절 달걀(Fabergé Easter eggs)’ 9개를 9억달러(9900억원)에 사들여 푸틴 관저가 있는 모스크바 크렘린에 전시한 바 있다. 러시아 제국의 잊혀진 유물로 취급된 이 달걀을 본국에 들여놓는 건 ‘황제’를 꿈꾸는 푸틴의 개인적 소망이기도 했다.

전략은 적중했다. 당시 벡셀베르크는 “우리 대통령이 감동받은 모습을 봤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밝혔다. 

러시아 재벌 빅토르 벡셀베르크의 회사가 리모델링한 스트리지노 국제공항 (니즈니 노브고로드) [출처=에어차터서비스]

십 수 년 이어진 밀월관계는 월드컵서도 이어졌다. 벡셀베르크의 회사는 경기 개최 도시 4곳의 공항을 맡아 리모델링했다. 스웨덴을 맞아 유효슈팅 0개를 기록한 한국 대표팀도 벡셀베르크가 새단장한 니즈니 노브고로드 공항을 이용했다.


유도복 입고 있는 푸틴(오른쪽)과 아르카디 로텐베르크 [출처=리베로 꾸오티디아노]

푸틴과의 개인적 친분을 활용한 인물은 또 있다. 현지 건설사 모스토트레스트(Mostotrest)는 러시아 정부와 상트페테르부르크 - 모스크바 간 683㎞ 길이 도로공사 계약을 맺었다. 이 회사 소유주 아르카디 로텐베르크는 운동을 즐기는 푸틴과 유도를 함께하는 파트너로 알려졌다.

이 뿐 아니다. 러시아의 알파은행(Alfa-Bank) 총수 표트르 아벤과 알파그룹 창립자 미하일 프리드만도 푸틴과 친밀하다. 둘은 푸틴 정권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 프로젝트’에 참여했단 의혹을 받고 있다.

알파그룹과 알파은행은 현재 월드컵 티켓팅 시스템의 후원사다.

월드컵 티켓팅 시스템을 후원하고 있는 미하일 프리드만 알파그룹 창립자 [게티이미지]

■ 3조7000억원 늘린 ‘푸틴과 친구들’

좋은 관계로 따낸 황금알(?) 사업이 곳간을 채운 것일까. 이들 억만장자 개인 자산은 1년 전에 비해 대체로 불어났다. 블룸버그와 포브스 데이터에 따르면 월드컵에 관여한 올리가르히 15명 자산 합계는 2017년 상반기 889억달러(98조3000억원)였다. 2018년 상반기. 이들의 자산은 923억달러. 102조원으로 집계됐다.

1년 새 34억달러. 우리 돈 3조7000억원을 늘린 셈이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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