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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익·인턴·자격증…대학생의 여름방학은 더 바쁘다
최악 실업난에 스펙 준비 부담

토익, 인턴, 자소서, 한국사 자격증, 컴퓨터 활용 자격증, 계절학기, 인적성 공부….

대학생들에게 올해 여름방학 계획을 물었더니 나온 대답이다. ‘아무 것도 안하고 쉬겠다’는 학생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올해 4년제 대학교 학력 이상 실업자수가 역대 최고를 기록한 가운데,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하려면 여름방학은 그냥 쉬어선 안되는 절호의 기회가 되고 있다.

25일 서울대, 고려대, 이화여대, 성균관대 등 전국 대학교가 일제히 여름방학을 맞이한 가운데, 대학생들은 취업을 준비하는 저마다 필요한 스펙을 만드는 데 분주한 모습이다.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취업 준비에 ‘올인’하고 있다. 최근 몇년 간 취업난이 계속되고 있었지만, 요즘 들어 취업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대학생들은 체감한다.

인하대학교 인문계 휴학생인 4학년 안모(27ㆍ여) 씨는 “선배들도 취업이 힘들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서류조차도 통과하기 어려운 정도”라며 “봄학기에 취업을 위해 휴학까지 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아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비교적 취업 준비 부담이 적은 대학교 1ㆍ2학년들도 인턴이나 대외활동을 위해서 자격증이나 영어점수는 만들어야 한다는 분위기이다.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1학년 이모(21) 씨는 선배들에게 수능을 본지 얼마 안됐을 때 한국사 자격증을 따놓는 게 유리하다는 조언을 듣고 여름방학 때 한국사 시험을 볼 예정이다. 그는 “수능 때 역사를 공부했기 때문에 지금 시험 보면 점수가 잘 나올 것 같고, 나중에 공무원 시험 볼 때 써먹을 수도 있다고 해 따 둘 생각”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실업자가 역대 최다 수준이다. 4년제 대학교 졸업 이상 학력을 보유한 실업자는 지난 달 40만2000명으로 2000년 이래 가장 많았고, 5월 실업률은 4.0%로 2000년 이래 가장 높았다. 15~29세 청년실업률은 10.5%로 나타났다.

이처럼 사상 최악의 실업난 속에서 대학생들에게 방학은 노는 기간이 아닌 또 다른 준비 기간이 되고 있다. 여행이나 다른 취미생활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명지대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임모(22ㆍ여) 씨는 “대학교 때만이라도 이것저것 경험하고 방황도 해야 한다고 생각이 들지만, 선배들이 취업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자기소개서에 녹여낼 수 있는 경험이 아니면 모두 시간 낭비란 생각”이라고 말했다.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3학년 김모(24) 씨는 “1학년 여름방학 빼고는 마음 편하게 방학을 보낸 기억이 없고, 뭔가를 해야 하는 압박에 방학이 두렵다”고 한숨을 쉬었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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