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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공과 자연적인 것 그 경계를 넘나들다
구현모 개인전 ‘후천적 자연’ 전시전경 [제공=PKM갤러리]
구현모 개인전 ‘후천적 자연’ 8월3일까지


“나무의 구조가 늘 마음에 들었어요. 아주 간단한 선으로 허공을 품어 공간을 만들어내는데, 자연의 아름다움이 이런 것이란 생각이 들었죠”

가느다란 나뭇가지가 몸통에서 뻗어나간다. 끊어질듯 이어지고 다시 이어지며 공간을 이루는 간결한 맛이 일품이다.

작가는 이 나뭇가지를 주물로 떴다. 나무를 넣은채 주물로 떴기에 나무 형태는 그대로 남았지만, 타버린 재가 표면에 붙었다. 주물이라는 설명을 듣지 않으면 실제 나뭇가지로 보인다. 금속과 연결해 작은 오브제가 됐다. 설치와 조각을 주로 하는 구현모(44)작가의 개인전 ‘후천적 자연’이 오는 8월 3일까지 서울 삼청로 PKM갤러리 별관에서 열린다. 2014년 동 갤러리에서 열렸던 ‘사직동’이후 4년만의 전시다.

이번 전시엔 설치ㆍ조각부터 작가의 아이디어 단상과 작품 제작 과정을 엿볼 수 있는 드로잉과 마케트(모형)까지 나왔다. 근래 작품세계를 총체적으로 아우른다. 구 작가는 실재와 허구, 원리와 현상 등 이분법적으로 보이는 두 개념의 경계를 흐트러트리거나 그 사이를 오가는 작업을 선보여왔다.

집 또는 개인적 추억의 장소를 전시장이라는 공적 공간으로 불러들여 공과 사, 안과 밖, 시공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한편, 종이, 나뭇가지, 돌멩이 등 자연적이거나 일상적 재료를 미적 자품으로 전환시키기도 했다.

작가는 “자연이란 말 그대로 자연환경을 말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인지하는 ‘자연’이기도 합니다. 저에겐 도시의 생김새, 빌딩과 빌딩이 만들어내는 라인, 집과 집사이 길 구조가 자연입니다”고 말했다. 인공과 자연이라는 보다 젋은 개념으로 확장된 작가의 세계관을 읽을 수 있다. 인간의 가공품이 일상의 자연이 되는 인간의 시대(Anthropocene)에 인공과 자연의 구분이 여전히 유효하냐고 묻는다.

박경미 PKM대표는 “스케일 경쟁에 오히려 피로감을 느끼는 시점에서 구 작가의 섬세하고 들여다 보아야하는 작업을 통해 ‘예술은 무엇인가’에 대해 성찰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고 말했다.

구현모는 홍익대학교 도예과와 드레스덴 미술 아카데미(Dresden Academy of Fine Art) 조소과를 졸업하고, 마틴 호너트 교수에게서 마이스터슐러를 사사받다. 독일의 베를린, 라이프치히, 드레스덴 등지에서 활동했고, 국내에서는 아르코미술관, 성곡미술관, OCI미술관, 아트센터 나비 등에서 전시했다. 2009년에는 노벨수상자들의 산지이자 기초과학, 인문학, 예술 등 다학제 간 연구를 독려하는 막스플랑크연구소(MPI-CBG)에서 미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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