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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난민에 인색한 한국…국력에 걸맞은 정책 고민할 때
한국을 찾아 난민 신청을 하는 외국인은 급증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는 데는 매우 인색한 모양이다. 한국은 1991년 유엔 난민지위 협약에 가입했고, 2013년에는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난민법이 제정되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난민을 수용하는 비율을 초라하기 짝이없다. 난민보호국이란이 이름이 무색할 지경이다.

법무부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그 실태가 여과없이 드러난다. 한국 정부에 난민 신청을 한 외국인은 올들어 5월말 현재 7737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3337명에 비해 130%가량 늘었다. 이런 추세라면 올 연말까지는 1만8000명, 3년 내 누적 신청자는 12만명이 넘을 것으로 법무부는 추산하고 있다. 미미하던 난민 수는 난민법이 제정되면서 그해 1500명으로 크게 늘었고,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에는 1만명 가량이나 됐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난민 지위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1994년 난민을 처음 받아들인 이후 지난달 말까지 누적 난민 신청자는 4만470명이다.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인 2만361명이 심사를 마쳤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난민 신분을 인정한 수는 837명에 지나지 않는다. 1백명에 4명꼴이다. 난민 지위는 얻지 못했으나 인도적 차원에서 추방하지 않고 체류를 허용한 1548명을 합해도 10%에 불과하다. 그나마 많이 나아진 게 이 정도라고 한다. 국제사회의 난민 인정비율이 37% 가량이다. 우리가 난민 정책에 얼마나 소극적인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최근 제주도에 대거 몰려든 예멘인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관련 국민청원이 70건이 넘어섰다. 하지만 이들을 추방하라는 내용이 압도적이다. 더욱이 이슬람인을 차별하고 폄훼하는 등의 반감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들도 적지않다. 비자없이 들어올 수 있는 제도를 이용해 제주에 온 이들은 내전을 피해 정든 고향을 버렸다. 여기서 추방되면 더 이상 갈 곳도 없다. 본국으로 돌아간다면 곧바로 죽음의 길에 이를 수도 있다. 게다가 경제적 고통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7개월 가량 걸리는 심사기간 동안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일자리를 알선해 주고 있지만 임시방편일 뿐이다. 한 때 우리도 전쟁의 참화를 겪었고, 이 때문에 난민을 배출하기도 했다. 인도적 차원에서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예멘인 논란은 우리의 난민정책을 성찰하는 좋은 계기다. 우리의 국력과 경제력에 걸맞는 정책 운용을 기대한다. 더욱이 오늘(20일)은 ‘세계 난민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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