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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2시간 건설현장에선 무슨일이…‘오후 5시 모든 컴퓨터 꺼져’
-4일부터 52시간 근무제 조기 도입한 GS건설
-노동강도는 세져…하청업체는 아직 ‘혼란’
-폭염, 장마 등 비상 상황 ‘우려 여전’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6월15일 오후 4시 50분. 곧 업무용 컴퓨터의 모니터가 꺼진다는 알림창이 떴다. 일찍 찾아온 뙤약볕 아래 콘트리트 타설작업을 하던 공사현장의 기계장비는 하나 둘 가동을 멈추고, 450여명의 현장 근로자들도 하루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5시. 일제히 모니터가 꺼졌다. 미리 연장근무를 신청한 직원 몇몇은 업무를 이어갔지만 대부분의 직원들이 차례로 자리를 떴다. 오전 7시부터 시작된 GS건설의 신길센트럴자이 신축 공사현장은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서울 영등포 신길센트럴자이 건설현장 모습

정부의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앞두고 GS건설은 대형건설사 가운데 처음으로 지난 4일부터 자체 조기시행에 들어갔다. 열흘이 지나며 직원들은 서서히 적응하는 모습이다.

이날 2시간 연장근무를 신청한 한 직원은 “그래도 저녁 7시면 퇴근”이라며 홀가분하게 말했다.

야근을 밥멋듯하던 이전에는 저녁 10시 퇴근이 당연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윗사람 눈치를 볼 필요도 없어졌다. 또다른 GS건설 관계자는 “아직까지 별다른 변수가 발생하지 않아선지, 예상했던 수준에서 무난히 일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 신길센트럴자이 건설현장 모습

하지만 전반적으로 무난해 보이는 ‘겉’과 달리 ‘악마의 디테일’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우선 업무 강도가 높아졌다. 공사현장은 보통 1시간의 점심 시간 외에 오전과 오후 간식시간, 그리고 틈틈이 날씨나 상황에 따라 휴식시간이 유연하게 적용됐다. 하지만 정해진 시간 안에 일을 끝내려면 이제는 일분 일초를 허투루 흘려보낼 수 없다. 폭염이나 폭우로 작업이 중단됐을 때 근로시간 적용여부가 애매해질 수 있다.

투입되는 노동량과 기계장비의 수량이 공사 진행 상황에 따라 탄력적인 건설현장의 특성상 일이 몰릴 때는 철야작업도 감수했다. 하지만 주52시간을 준수하면 추가인력 투입이나 공사기간 연장과 이에 따른 공사비 증액이 불가피하다.

한 건설현장 관계자는 “골조공사가 마무리돼 공사가 50%가량 진척되면 지금도 장비나 인원이 10%이상 더 필요하다”며 “주 52시간 근로제가 획일적으로 적용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 신길센트럴자이 건설현장 모습

강화된 노동업무 탓에 오는 본사 직원과 현장 근로자간, 그리고 소속이 저마다 다른 현장 근로자간 갈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토목현장 경험이 풍부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 기한을 맞추려 젊은 본사 직원이 연세 많으신 하청업체 소속 현장 근로자분들을 ‘쪼아대는’ 경우가 잦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내심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근로시한 제한에 따른 연장근로소득 감소다. 특히 위험한 해외 플랜트ㆍ인프라 건설 현장은 앞으로 더 기피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이 때문에 건설사들도 해외 파견 직원의 보수를 쉽사리 깎지 못한 채 하루하루 결정을 미루고 있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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