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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팝콘정치] 정의당 꺾은 신지예…‘더 왼쪽’ 이념, 페미니즘으로 가나
- 방향성 제시하는 선명성…노동에서 여성으로 가나

- 노동 외 이슈제기 의미, 지속성 위한 대중성은 과제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녹색당 소속 신지예 전 서울시장 후보가 김종민 정의당 후보를 꺾고 서울시장 선거에서 4위를 기록했다. 페미니스트를 표방한 후보다. 이념적으로 보면 ‘사회민주주의’ 정당을 ‘페미니즘’으로 꺾은 셈이다.

거대정당은 선명한 이념 사이에서 중앙 가까이 방점을 찍을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확장성과 선명성의 싸움으로 본다. 유력 후보가 될수록 다수에게 지지를 받아야 하고 중도에 가까워져야 양쪽 표를 동시에 가져올 수 있다. 보수당임에도 앞다투어 복지정책을 발표하거나,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소수정당의 득표율은 선거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어느 집단의 응집력을 본다는데 의의가 있다. 정의당에 투표가 몰리면 노동자라는 집단이 의식을 가지고 응집력을 발휘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애국당에 표가 몰리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위시한 보수세력의 불만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여의도에서 잔뼈가 굵었다는 한 관계자는 식사 중에 “선명성을 강조해야 응집력이 생긴다. 응집력은 기반이다”란 이야기를 곧잘 했다. 신생정당은 이러한 맥락에서 대개 선명성을 먼저 강조한다. 차별점을 찾고 나름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셈이다.

정의당은 강령에 “사회민주주의의 성과를 21세기 한국에 맞게 창조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적었다. 주류인 더불어민주당이 진보주의를 비교적 조심스럽게 다뤄온 반면, 정의당은 보다 공격적으로 이념에 다가섰다. 반면, 정의당은 2016년 ‘메갈당 논란’이 생겼을 당시 문제의 논평을 철회하는 등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이에 정의당은 통상 굵직한 선거에서 거대정당 뒤를 잇는 득표를 올려 왔다. 시민단체, 노동운동권 등 지지층은 소신투표란 이름으로 정의당을 살려왔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시행한 여론조사 등에서도 지지율에서 거대양당 바로 뒤를 이어 3위를 기록하는 경우가 상당했다.

그런데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정의당이 아닌 녹색당이 4위를 기록했다. 여성 유권자를 중심으로 한 페미니즘이란 사상이 응집력을 발휘한 셈이다. 소수정당 이념 전쟁이 이데올로기를 기초한 ‘우 대 좌’의 싸움에서 성평등 전쟁으로 무게를 서서히 옮기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다.

정치평론가인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촛불혁명 안에 있던 노동자들은 (보수진영이) 기득권을 가져갔다고 봤고, 페미니스트들은 남성들이 기득권을 가져갔다고 봤다”며 “페미니스트들은 이에 아직 우리가 목표한 바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노동계 후보보다 힘을 발휘한 것”이라고 했다.


[사진설명=‘페미니스트 서울시장 후보’를 표방한 녹색당 신지예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 벽보와 현수막이 잇따라 훼손됐다. 신 후보는 여성혐오 범죄라며 경찰의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사진은 6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의 한 거리에 훼손된 신 후보의 현수막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방향성은 청소년 투표에서 더 명확하게 나타났다. 한국 YMCA와 ‘18세 참정권 실현을 위한 6ㆍ13 청소년 모의투표 운동본부’가 발표한 청소년이 직접 뽑은 17개 시도단체장과 교육감 투표 결과에 따르면 신 전 후보는 36.1%를 득표해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청소년이 뽑은 대통령 1위는 문재인 대통령이었고, 2위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었다.

다만, 신 전 후보가 보여준 응집력이 단순한 이변으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4위를 했지만 1.6%에 그쳤고, 페미니즘이란 사상으로 선명성을 보여줬지만 극심한 반발에도 부딪쳤기 때문이다. 신 후보 선거 포스터는 불에 그슬리거나 훼손된 경우가 종종 발견됐다.

박 교수는 “노동자 정당 외에 대한민국에 이슈정당이 별로 없었는데, 새로운 문제를 제기해 정치적 조직을 형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이슈를 제기하고 그 뒤에 그것을 정책화할 수 있는 대중성을 얻는다는데 한계가 있다. 일회성으로 끝날 수 있다”고 했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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