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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새도래지에 자리한 현대미술관…동시대의 고민 담았다
부산현대미술관 개관…을숙도에 위치
자연ㆍ환경ㆍ기술 등 미래 지향적 논의 시작
미술관 답지 않은 하드웨어는 ‘아쉬움’


[헤럴드경제(부산)=이한빛 기자] 미술관 외벽엔 풀밭이 자리잡았다. 을숙도의 자생종 175종이 빼곡히 자리잡았다. 1년 내내 꽃과 풀이 번갈아 피고 지며 자신들의 생태계를 이룬다. 식물학자 페트릭 블랑의 설치작품 ‘수직정원’이다.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을숙도. 그곳에 현대미술관이 개관했다. 부산현대미술관(관장 김성연)은 16일 정식 오픈, 개관 기념전을 개최한다. 김성연 관장은 16일 기자들과 만나 “동시대미술에 특화된 미술관으로, 화이트 큐브의 전통적 전시형태에서 벗어나 다양한 형식의 예술작품을 수용하고 관람객 친화적인 미술관이 되겠다”며 “자연과 환경에 대한 관심, 뉴미디어를 포함한 융복합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부산현대미술관이 16일 부산광역시 사하구 을숙도에 개관했다. 2013년부터 준공에 들어간 미술관은 총 사업비 430억원을 들여 지하 2층 지상 4층 연면적 1만5312제곱미터 크기로 들어섰다. [사진=이한빛 기자vicky@]
뮌(김민선&최문선), 바리케이드 모누멘트(러브 퍼레이드), 2018, 다채널 비디오 설치, 사운드 10분, 전시전경 [사진=이한빛 기자/vicky@]
정혜련, -1의 풍경, 전시전경 [사진=이한빛 기자/vicky@]

개관 기념전은 이같은 운영방향을 그대로 담았다. 지상 2층부터 지하 1층까지 이어지는 전시는 크게 새로운 감각을 환기시키는 한편 우리가 지향해야하는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지하 1층에는 ‘미래를 걷는 사람들’이라는 주제아래 강태훈, 뮌, 첸 치에젠, 준 응우옌 하츠시바, 아파찻퐁 위라세타쿤 등 5명(팀)이 참여했다. 10각 스크린에 10채널 프로젝션 영상작품 ‘바리케이드 모뉴먼트(러브 퍼레이드)’를 출품한 뮌(김민선ㆍ최문선)은 지금은 거의 사라진 고적대를 영상으로 담았다. 순수한 열정으로 고적대에 참여한 학생들의 공동체에서 커뮤니티의 미래를 읽어낸다. 뮌은 “행진의 맨 선두에 서는 고적대를 선택한건 미술관 개관의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1층 전시실과 지하로비에는 아티스트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다. 전준호, 정혜련, 강애란 등 역량있는 국내 작가들의 미디어 영상과 설치작품이 선보인다. 부산출신인 정혜련 작가는 을숙도가 위치한 낙동강 줄기를 LED발광체로 표현한다. 이리저리 굽이쳐 흘러가는 낙동강과 강 주변 마을에서 진행되는 당산제도 작품에 포함됐다. 정 작가는 “강은 우리 삶의 터전이고, 그것을 기반으로 살아왔기에 강을 우러러보는 존재로 다루고 싶어 천장 높이 설치했다”며 “흔히 쉽게 지나치는 풍경을 만나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준호 작가는 미술관 시설물을 적극 활용한다. 작품을 하역하기 위해 만든 거대한 셔터문이 스스로 열리고 닫히며, 천정에 매달린 거대한 스크린의 개폐를 이끈다. 마치 살아움직이는 거대한 생명체 같다. 스크린엔 인간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낡고 버려진 풍경이 펼쳐진다. 영상물 곳곳에 숨은 녹 껍질을 뒤집어 쓴 바닷게, 전선 자벌레, 비닐 해파리 등 위장생명체들은 너무나 사실적이라 순간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모순이 가득한 우리 사회를 위트있게 환기시킨다.

1층 로비엔 독일작가 토비아스 레베르거의 작품이 놓였다. 추후 미술관 카페로 운영될 이 공간은 착시를 일으킬 정도로 현란하다. 2층 전시장엔 사운드아트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나무막대와 와셔에 줄을 매달아 천정에 걸고 이들이 움직이며 소리를 낸다. 눈앞에선 박스를 때리고 바닥을 긁는데, 눈을 감고 들으면 장마 빗소리만 가득하다.

동시대미술에 초점을 맞춰 영상을 비롯한 뉴미디어아트에 집중하겠다는 미술관의 방향은 전시에서도 성공적으로 드러났다. 선보인 작품들도 대중접점이 넓은편으로 관객들의 호응도 높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같은 소프트웨어에 비해 하드웨어의 부실함은 안타깝다. 수평이 맞지 않는 바닥과 전체적으로 미술관 미감과는 벗어난 일반 다목적공간에 가까운 건물의 웅장함이 엇박자를 낸다. 김성연 관장은 “전시관람 동선을 새로 계획하는 등 미술관 답게 거듭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개관기념전은 8월 12일까지 이어지고 9월부터는 부산비엔날레가 열린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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