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기여·사회적 공간 고민
서경배 회장 철학 반영해 큰 보람”
“백자는 고요하고 아름답지요. 절제된 우아함은 강력한 아우라를 자랑합니다. 고층건물이 많고 시끄러운 도시에선 고요함을 간직한 건물이 더 큰소리를 냅니다”
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 신본사를 설계한 영국인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65·사진)가 공식 개관을 앞두고 방한, 14일 기자들과 만났다. 그는 “건축을 의뢰한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신사옥이 직원이 일하기 좋은 공간이면서 커뮤니티에 기여하는 사회적 공간으로 역할해야한다고 강조했다”며 “상업공간인데도 그 목적을 넘어 사회적으로 기여를 고민하는 모습이 경영자로는 흔치 않은데 무척이나 인상깊었다”고 했다.
신본사은 서회장의 바람대로 업무공간이면서도 도시와 연결되는 커뮤니티로도 작용한다. 1층 사방에 입구를 내 어디서나 접근이 가능하다. 앞으로 용산미군기지가 이전하게 되면 이 건물은 공원으로 통하는 입구의 역할도 하게될 것이다. 고층빌딩이 아닌 낮은 정육면체를 택한 이유다. “사람들을 모이게하고, 전시나 공연 같은 행사도 열리고, 음식점 등이 자리잡으려면 고층빌딩보다 정육면체 공간이 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서 회장은 신본사 프로젝트를 의뢰할 당시 건물의 아름다움을 설명하기 위해 ‘달항아리’를 제시했다고 한다. 건물이 추구해야하는 미학을 언어로 표현하기 어렵기에, 달항아리로 갈음한 것. 약 30년 전인 1988년부터 한국을 찾았던 치퍼필드는 스스로도 백자를 컬렉션할만큼 도자기에 빠져있었기에 서회장이 제시한 ‘달항아리’ 미학을 바로 캐치할 수 있었다. 치퍼필드는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은 순백색의 단정한 정육면체 건물이다. 달항아리는 우리가 추구하는 미의 방향으로, 그 형태를 본 뜬 것이 아니라 절제된 아름다움이라는 핵심을 추려냈다”고 강조했다.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의 가장 큰 특징은 노출 콘크리트 외벽에 2만 개가 넘는 수직 루버를 건물 전면에 부착한 것이다. 루버는 커튼월처럼 일조량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열은 차단하기 위한 장치라고 치퍼필드는 설명했다.
“존중받지 못하고 훼손되는 건물도 많습니다. 제 경험상, 사람들은 건물 본질을 이해했을 때 조심스럽게 사용하고 보존하는 것 같아요. 조심스럽게 만들어서 후대에도 존중받는 건축물을 만드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